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북 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접촉을 제의하자 북한이 “잘 접수했다”고 반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북미 간 첫 실무급 접촉이 성사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대북 정책 검토 작업을 마친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주 북한에 접촉을 요청했고 북한 측은 이례적으로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 2월 중순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 시도에 반응하지 않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북미 간 실무 접촉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핵 동결 대상과 수준이 북미 협상의 핵심 의제인데 북한이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미국의 입장을 듣고 싶을 것”이라며 “미국도 외부에 공개된 대북 정책 윤곽보다 좀 더 나아간 수준의 설명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접촉이 잘 성사되면 앞으로 북미 간 대화 창구도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100여 일 만에 신속하게 대북 정책을 완성하고 계속 접촉을 시도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이뤄졌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역대 미국 정부는 태평양 전략의 일부로만 대북 정책 윤곽을 발표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별도로 ‘대북 정책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며 “미국이 북한이 실무 협상에 응할 수 있도록 상당한 성의를 보였고 북한도 내부에서 대화에 응할 명분이 생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대북 정책 내용에서도 제재보다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고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하는 등 선비핵화 요구보다 더 많은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단계적 접근법’을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선적대시 정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해온 만큼 실무 접촉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오는 21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오는 대북 메시지가 북미 접촉의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