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전문검사 시절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여러 정부부처와 협력해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해당 경험이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큰 자산이 됐습니다.”
허수진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49·사법연수원 34기)는 12일 서울경제와 만나 “국내 의료기관과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료 시스템 전반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약사·한약사 자격을 보유한 허 변호사는 대한민국 1호 ‘의약전문검사’ 출신이다.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뒤 공직생활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법고시를 거쳐 2005년 검사의 길로 들어섰다. 허 변호사가 임관했을 당시만하더라도 의사·약사 출신 검사들이 생소했다. 자연스럽게 의약분야 사건은 허 변호사에게 몰렸다. 2011년 전문검사 제도가 도입되자마자 의약전문검사로 발탁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희소성이 있는 소임을 맡다보니 초임검사 시절부터 소위 ‘큰 건’을 맡을 기회가 많았다. 허 변호사는 “의료분야 수사는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당시 소속된 서울중앙지검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양한 사건을 재배당 받아 처리했다”며 “굉장히 많은 사건을 담당하고, 여러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접하면서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당시 의료계에 만연했던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목적으로 한 정부 단속 합동반의 창립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리베이트 영업에 대한 뚜렷한 처벌기준도 없었기에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들을 원점에서 만드는 작업도 진행했다”며 “상당히 많은 제약회사와 의사들이 입건됐고, 리베이트 비리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불법 사무장병원, 무자격자 일반약 판매, 무면허 의료행위, 의료과오 등 굵직한 사건도 그의 몫이었다. 허 변호사는 “검사 생활 15년간 맡을 수 있는 의료사건은 사실상 다 해봤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여러 의료협회의 입장을 지근거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시간도 변호사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허 변호사는 “협회 간 고발사건을 맡으면서 대법원 공개변론에 서보는 등 검사로서는 극히 드문 경험을 했다”며 “의료계의 큰 축인 각 협회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협회 간 갈등의 이면에 가려진 해결책은 무엇인지 고민해본 게 큰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의료사건은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인 만큼 의료전문변호사에게 있어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게 허 변호사의 철학이다. 그는 “의료사건은 사안마다 내용이 전혀 다르기에 의료업 전체에 대한 식견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몇 개의 사건을 맡아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전문성이 생길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과실 입증이 매우 어려운 의료과오사건에서 변호사의 역할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갈릴 수 있다.
허 변호사는 “의료분야는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과실여부 판단에 있어 의사의 감정서가 중요하다”며 “정확한 질문을 해야 적절한 감정결과가 나올 수 있기에 변호사는 사안의 쟁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전문지식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허 변호사가 새롭게 도전 중인 영역은 바이오 분야에 대한 법률자문이다. 약학석사 출신인데다 검사시절 쌓은 약학전문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무기로 내세웠다.
바이오 벤처의 설립부터 신약개발, 계약서 작성, 영업비밀유지, 규제 대응, 기업투자(IB) 등 경영 전 과정에 대한 법률지원을 목표로 한다. 그는 “제 강점은 형사에 있지만, 바이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륙아주 내에서는 마케팅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허 변호사는 “형사나 바이오팀과는 별개로 마케팅 파트너로 활동하며 법인 차원에서의 사건 수임, 회사 소개, 이슈별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며 “회사에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