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노래주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40대 손님이 사망 전 112에 직접 신고했지만 경찰이 출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긴급한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으나 출동했다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새벽 시간대 인천시 중구 신포동에 있는 한 노래주점에서 30대 업주인 A씨와 40대 손님 B씨가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 B씨는 당일 오전 2시 5분께 112에 전화를 걸어 "술값을 못 냈다"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 근무자가 위치를 물었으나 B씨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상황실에는 B씨가 신고 전화를 하던 중 A씨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X 까는 소리하지 마라. 너는 싸가지가 없어"라고 말하는 소리도 녹음됐다.
그러나 상황실은 B씨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관할 경찰서인 인천 중부서에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근무자는 긴급하거나 생명에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며 "아는 사람과 술값 문제로 이야기하는 정도로 알고 출동 지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긴급하다고 판단하면 휴대전화 위치추적도 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도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고 부연했다.
인천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은 A씨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최근 파악하고도 김병구 청장에게 알리지 않다가 뒤늦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신고 내용이 애매해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아무리 사소한 신고라도 출동해 현장을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위치정보를 보면 노래주점인 것을 알 수 있고 새벽 시간대였기 때문에 일단 출동 지령은 내렸어야 했다"며 "결과적으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근무자의 대처가 아쉽다"고 꼬집었다.
A씨는 사건 발생 22일 만인 이날 오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인천 자택에서 체포됐다. 그는 지난달 22일 새벽 인천시 중구 신포동 한 노래주점에서 B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현장 정밀감식 결과 노래주점 내부에서 B씨의 혈흔과 인체 미세조직이 발견됐다. 또 A씨가 당일 오후 6시 24분께 노래주점 인근 마트에 들러 14ℓ짜리 락스 한 통, 75ℓ짜리 쓰레기봉투 10장, 테이프 2개 등을 구매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그는 경찰에서 "B씨가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술값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갔고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