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권에서 사실상 국민연금 개혁에 손을 놓은 정부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마저도 다음 정부인 오는 2023년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다.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않는데 당위성만 주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국민연금제도 관련 비대면 워크숍에서 설예승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정책과장은 “50~100년에 걸쳐 조금씩 올리더라도 보험료율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보험료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한 번의 조정도 없어 마의 9%로 불렸다”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공적연금 평균 보험료율인 18.4%와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점차 앞당겨지는 상황에서 논의는 사실상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 상태다. 설 과장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회 내에서 특별위원회 구성 등의 움직임은 없다"며 "연금 개혁이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가 연결된 문제라 의견 일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023년에 열릴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4차 때의 논의를 바탕으로 더 치열하게 논의해 접점을 찾도록 노력하겠다”며 “연금 기금 고갈로 급여를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앞서 복지부는 4차 국민연금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현행 유지 △기초연금 30만→40만 원 인상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5% △보험료13%-소득대체율 50% 총 네 가지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이후 경사노위 논의를 거쳐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전혀 진전이 되지 못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2%로 높이는 다수안은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동시 인상하는 구조라 효과가 미미하다.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10%로 즉시 인상하는 방안은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2060년으로 연장할 뿐 근본적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국회에서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대신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며 “보험료율 변동 없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전제라면 적자 폭이 빠르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론 눈치만 봤던 정부가 뒤늦게 보험료율 인상을 계속 언급하는 것이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