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13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비전 간 연계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는 비공식 안보협의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에 가입되지 않아 한미 양자 간 별도로 아세안 지역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한미 간 ‘아세안 정책대화’가 화상으로 진행되면서 박재경 아세안국장과 미국 국무부 아툴 케샵 동아태수석부차관보가 수석대표로 미얀마와 남중국해 등 동남아 지역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의와 관련, "신남방정책의 외연 확대라는 틀에서 봐도 의미가 있고, 동맹관계 및 미국과 양자관계 증진의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측은 우선 아세안 지역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미얀마 내 폭력의 즉각적 중단과 구금자 석방을 촉구했다. 아울러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항행·상공비행의 자유 등의 원칙이 존중되는 규칙 기반 질서를 지지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나아가 보건, 인프라·스마트시티, 녹색 성장, 디지털혁신, 메콩, 해양, 인적교류 등 7개 분야에서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의 코로나19 보건 역량 강화를 위해 '코로나19 아세안 대응 기금' 등의 방안이 이날 논의됐다.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는 제6차 한미 사이버정책협의회를 열어 아세안 지역의 사이버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협력사업을 구체화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과 아세안 지역 협력을 진행하는 데 대해서도 "신남방정책 비전은 지역 전체 평화와 번영으로 어떤 국가를 배제하는 방향이 아니다"라며 "아세안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정책과 중국의 정책 간 충분히 접점의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