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여야 대표를 만나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복지법안 처리 촉구에 나섰지만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등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 회복을 이끌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계획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공화당 소속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2조 2,500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과 1조 8,000억 달러 규모의 복지 법안 등 총 4조 달러 상당의 법안 처리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매코널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2017년 (개정) 세법을 다시 논의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며 “우리 둘 모두 대통령에게 이를 분명히 했다. 이건 우리의 레드라인”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 등의 증세를 통해 인프라 법안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매카시 대표는 “인프라의 정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완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외신들은 4월 CPI가 어려운 인프라 법안의 의회 통과를 더 힘겹게 만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같은 당인 조 맨친 상원의원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가뜩이나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데 또 돈을 푼다’며 대규모 부양책에 거부감이 큰 공화당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지출 계획이 정치적 위협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정부의 실업수당이 고용 회복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인프라 지출까지 이뤄질 경우 물가만 자극할 것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틴 테이트 칼럼니스트는 더힐에 “막대한 정부 지출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며 “코로나19 부양책과 이번 인프라 법안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