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박형준(사진) 부산시장이 13일 문화체육관광부 공모로 최종 입지를 결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가들이 입지선정, 운영방식,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세워 유치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문체부가 공모 절차를 통해 이건희 미술관 입지를 선정해 달라”며 "이건희 미술관 부산 유치를 제일 먼저 제안했던 사람으로서, 이 논의가 순식간에 뜨거워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 외에도 대구와 인천, 세종, 진주, 여수, 평택 등에서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의 인연 등을 내세우며 유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부산에서는 미술계와 문화계, 시민단체를 비롯한 부산시민 역시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염원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차원의 유치 추진위원회도 조만간 발족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며 유치 전략 방안을 모색하고 시민 공감대를 더욱 확산할 방안을 찾아 나설 것”이라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앞서 기존 미술관과의 역할, 관계 재정립도 전문가들과 조율해 나갈 것”이라 설명했다.
박 시장은 이건희 미술관이 부산 북항에 건립해야 한다고 봤다. 이건희 회장의 ‘문화보국’(文化保國)이란 유지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소가 북항이라는 것이다. 현재 북항은 부산이 세계적 미항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도 건립 중이다.
박 시장은 “한반도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태평양이 달려와 멈추는 바로 그 지점에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서고 그와 나란히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선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며 “세계인들이 앞다투어 찾을 것”이라 자신했다.
문화시설의 수도권 편중도 지적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전국 문화시설 2,800여 개 중 36%가 수도권에 편중됐다. 특히 미술관은 전국 200여개 중 5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의 힘을 전 국토로 확장시켜서 나라 전체를 품격 높은 문화국가로 격상시켜 나가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말하고 싶다”며 “문화 분야에서만이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영토를 좀 더 넓게 활용하자”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앞선 선거 과정에서 ‘세계적 수준의 미술관 유치’를 공약한 점을 꼽으며 “시장 공약이라는 가장 엄중한 과정을 통해 세계적 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는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라 설명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