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쿼드 불가'에서 선회…기후변화·글로벌 공급망 참여할 듯

[韓美정상회담 일주일 앞으로]

◆무르익는 '2+2 빅딜론'

中 예민하지 않은 워킹그룹 집중…쿼드 가입국 수준 공조

반도체·배터리 경쟁력 악화 우려 '공급망'엔 적극 나설듯

6G 등 협력에도 관심…"백신 파트너십 들어가긴 어려울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내 마스크 착용 지침 완화'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워싱턴=AP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내 마스크 착용 지침 완화'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워싱턴=AP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쿼드 참여를 요구할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었다. 이보다 앞서 청와대도 “4월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쿼드 참여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정부는 이처럼 미국 주도의 지역 협력 구상체인 쿼드와 관련해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가입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오는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등 세 가지 분야의 쿼드 워킹그룹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교부 역시 “쿼드 국가와는 여러 분야에서 현재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쿼드의 여러 워킹그룹 가운데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2~3개 분야에 대해 쿼드 확장체 형태로 참여하거나 공동 협력하며 가입국 수준의 업무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기후변화, 글로벌 공급망 분야 참여 유력=미국은 쿼드와 관련해 “역내에 실질적인 위협을 함께 해결하는 국가들의 협의체”라면서 “공통의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는 조직이며 자유롭게 개방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극도로 꺼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군사 동맹의 성격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쿼드는 현재 초기 단계로 협의체가 구체화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 신기술, 기후변화,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희토류 생산·유통 등 여러 워킹그룹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일부 워킹그룹에 대해 기존에도 협력을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공조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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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후변화와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공급 분야의 참여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과제이며 지난 3일 열렸던 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이견이 없었다. 한중일은 공통 현안을 해결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었다. 우리 정부가 깊숙이 관여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후변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역시 우리 기업의 현안이어서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의 핵심 전제는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자유롭고 개방된 참여’다. 즉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고 인권 등 보편적 도덕규범을 지키는 국가들에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다. 이 경우 티베트·홍콩 등에서 인권유린이 발생한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배터리 산업의 재편에서 배제될 경우 삼성전자 등 주력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글로벌서비스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의약품·반도체·희토류·배터리 등 4개 품목의 공급망을 재검토한다고 했는데 우리 정부가 반도체·배터리에서 쿼드 워킹그룹에 참여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쿼드의 전면적 가입은 어렵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있어서는 부분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내다봤다.

◇신기술에도 관심 높아…백신은 쿼드의 완전한 참여 있어야=6세대(6G) 통신 등 신기술과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는 관심 있게 쿼드 국가 간 협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서 세계 최초로 5세대(5G) 상용화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국내 통신 장비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 시절부터 중국 정부의 백도어와 해킹 가능성을 제기하며 화웨이를 배제해온 미국은 6G에서 미국·일본 주도의 신기술 얼라이언스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우리가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통신 표준에서 밀려날 위험성이 있다. 정부는 현재 신기술 워킹그룹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는데 워킹그룹에 적극 동참할 경우 5G 주도권을 6G로 이어가려는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동참 대신 기술 표준 확립에 협력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6G 등 신기술은 미국·일본이 기술 표준을 재편하려는데 밀리면 안 되고 중국의 5G 리더십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신기술 워킹그룹의 추이를 살펴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관심도가 높은 백신 워킹그룹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관심을 표명했지만 쿼드에 완전한 참여를 해야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백신과 관련해 ‘쿼드 백신 파트너십’이라 칭한 뒤 쿼드 국가 간 협력 사항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쿼드 백신 파트너십은 아시아태평양 백신의 생산 기지로 인도를 특정하고 생산·유통 등 전방위에 걸쳐 협력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워킹그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하더라도 ‘쿼드 백신 파트너십’에는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한미 정상 간 백신 파트너십을 개별 논의할 수 있지만 쿼드 국가가 공유하는 방식의 ‘백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우리 정부의 쿼드 관여도에 따라 쿼드 백신 파트너십에서의 지분이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강동효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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