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사들 원격수업·교권침해·행정업무 3중고

40주년 스승의날 맞았지만

"코로나 이전보다 사기 하락"

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서울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A 교사는 최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데 애를 먹었다. 수업이 시작됐는데도 한 학생이 라면을 먹으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고, 다른 학생은 상의를 탈의한 채 이불을 뒤집어쓴 모습으로 화면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느라 수업은 15분이나 지체됐다. A 교사는 “원격수업 준비도 벅찬데 학생들의 수업 방해와 학부모의 간섭까지 신경 써야 하고 각종 행정 업무까지 늘어나 코로나19 이전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 차에 접어든 교사들이 원격수업, 교권 침해, 행정 업무에 잇따라 내몰리며 삼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업무 피로도가 증가하고 사기까지 떨어지자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는 “올해가 스승의날 40주년인데 어느 때보다도 착잡하다”라는 자조 섞인 반응마저 나온다.



14일 국내 교원단체들이 스승의날을 앞두고 실시한 각종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일선 교사들은 원격수업과 화상수업에서 비롯된 교권 침해 등을 주요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최근 전국 유치원·초중고·대학의 교원 7,99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교원 20.9%가 코로나19로 인한 가장 큰 어려움 중 ‘원격수업 시행 및 학습 격차 해소 노력’이 제일 힘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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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이 많이 드는 원격수업 자체도 부담인데 사이버 교권 침해까지 겹쳐 교사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더 치솟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이달 초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55.2%가 원격수업 관련 교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지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 교사의 사진을 몰래 찍어 실명과 욕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부모가 자녀의 원격수업에 무단 참여하거나 교사의 교육 활동에 간섭하는 사례도 연일 교원단체에 접수되고 있다.

각종 행정 업무가 늘어난 점도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코로나19 관련 대응 사항 공문을 교육부나 교육청에 수시로 보고해야 하고 일부 교사는 급식 업무까지 챙겨야 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 B 씨는 “탄력적 희망 급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원격수업 외 희망 급식 학생의 출결 관리, 발열 체크, 식사 지도까지 해야 해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전면 등교 수업이 실시돼도 걱정거리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교사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교육부는 2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부터 유치원 및 초중고 전 학년의 전면 등교 수업을 계획 중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C 씨는 “전면 등교 수업 때 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선생님에게 책임과 비난이 더 집중될 거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고 전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한동훈 기자·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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