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 '1호 사건'으로 조희연 교육감님의 이른바 '해직교사 특별채용 사건'을 다룬다"며 "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나 말할 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공수처 1호사건 유감'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쌓이고 있는 검사비리 의혹 사건을 다 제쳐두고 일개 경찰서 수사과에서도 할 수 있는 사건을 1호 사건으로 공수처가 선정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지사는 "국민들께서 공수처에 특별한 지위를 주신 이유는, 검경이 손대기 힘든 권력형 부정·비리나 수사 소추 기관 자신의 잘못(검사의 범죄 등)에 칼을 대기 위함"이라며 "우리 정부가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을 비준한 상황에서, 개선이 필요한 종래의 법령을 가지고 공수처가 가진 큰 칼을 휘두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막강한 힘을 갖는 고위 권력이기에 공수처는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가 필요하나, 지금 공수처의 엉뚱한 '1호 사건' 선정으로 존재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한시라도 빨리 국민들께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교정을 통해 공수처가 제자리를 찾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2018년 7∼8월 해직 교사 5명을 관련 부서에 특별채용을 검토·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공수처가 경찰에 사건 이첩을 요청했고, 공수처는 조 교육감 의혹을 1호 사건으로 등록했다.
<다음은 이 지사 SNS전문>
공수처 '1호 사건' 유감.
7~80년대의 학교에는 아련함과 씁쓸함의 기억이 교차합니다. '나'의 잘못이 없어도 단체기합을 받거나, 별 이유도 없이 그냥 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군사독재의 질서와 강자에게 순응하는 법을 국민학교에서 처음 배웠던 시절입니다. 그 엄혹했던 시대의 끝자락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굴종과 반(反)교육의 벽을 부숴 참교육의 꽃을 피우려 피흘렸고 교직에서 쫓겨나셨습니다. 해직교사 복직이 민주주의가 전진하는 상징이 된 것은, 90년대 초반 그 선생님들이 교정에 돌아오면서입니다.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조희연 교육감님의 이른바 '해직교사 특별채용 사건'을 다룬다고 합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나 말할 법한 일입이다.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법률(교육공무원법 제12조)에 근거해 이뤄져온 일입니다. 만일 채용절차 등에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 경찰이 수사하면 그만인 사안입니다. 더욱이 우리 정부가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을 비준한 상황에서, 개선이 필요한 종래의 법령을 가지고 공수처가 가진 큰 칼을 휘두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수처는, 여타의 수사소추기관들과 달리 '소속'이 없는 특별기관입니다. 검사가 수사를 잘못하면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이 책임지며, 경찰이 수사를 잘못하면 경찰청장, 행안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이 책임지는 구조이지만 공수처의 수사·기소는 어떠한 헌법상 기관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국민들께서 공수처에 이런 특별한 지위를 주신 이유는, 검경이 손대기 힘든 권력형 부정비리나 수사소추기관 자신의 잘못(검사의 범죄 등)에 칼을 대기 위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수처의 권한 발동은 '특별한' 기관이나 인사의 '특별한' 사건에 대해서, 역시 '특별한' 신중함을 가지고 이뤄져야 합니다. 쌓이고 있는 검사비리의혹 사건을 다 제쳐두고 일개 경찰서 수사과에서도 할 수 있는 사건을 1호 사건으로 공수처가 선정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공수처의 수사대상은 막강한 힘을 갖는 고위권력이기에, 공수처는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지금 공수처의 엉뚱한 '1호 사건' 선정으로 존재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윤종열 기자 yjy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