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청와대에서 접견했다. 한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동맹 강화에 기초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결단을 유도해야 하고 경색된 한일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헤인스 국장을 만나 한미 양국 간 현안 및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정보 수장을 접견한 것은 지난 2019년 3월 댄 코츠 당시 DNI 국장을 대면한 후 약 2년 만이다. 헤인스 국장은 일본에서 한미일 정보기관장회의를 하고 13일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합동참모본부 방문 등의 방한 일정을 소화했다.
한반도 정세 수집 및 공유를 목적으로 한 헤인스 국장의 이번 방한은 미국 대북 정책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북한이 대화의 손짓에 화답할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아무리 좋은 대북 정책을 내놓아도 상대가 진정성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북한이 수긍하면서 따라올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문 센터장은 이어 “북한 정권이 조 바이든의 새 대북 정책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하기 때문에 대화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이 그간 북한의 행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문제”라면서 “정보 수장의 이번 방문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 등을 올바르게 판단해야 헛발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미국의 새 대북 정책 설명을 위한 만남 제안에 “잘 접수했다”고 반응한 가운데 북미 간 실무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일 갈등 해소도 비핵화 문제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력히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한일 관계가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는 공허한 담론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며 “한미일 안보 협력 수준이 제한되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력 제고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어 앞으로 이런 부분을 실질적으로 도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헤인스 국장의 방문을 계기로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신 센터장은 “출범한 지 석 달 반 밖에 되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강화를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인 것”이라면서 “처음에는 심각한 안건을 논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소통을 강화하면 결국 협력의 폭은 넓어지고 향후 북한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미 간 밀접하게 공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접견에서 헤인스 국장은 “한미 동맹은 안보 동맹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민주주의·인권·평화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며 한미 동맹은 안보 동맹을 넘어 이런 보편적인 가치의 동맹까지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