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시절 국정농단으로 복역 중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언론사에 투고했다.
최씨는 14일 문화일보에 투고한 글을 통해 “미안하고 사랑한다”며 딸 정유라씨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씨는 "엄마는 너에게 매일 글을 쓰면서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생애를 살면서 너와 내가 같이 살았던 시간보다 헤어지고 떨어져 있었던 순간이 더 많았고, 앞으로도 더 많을 것 같음에 가슴 저리는 고통이 늘 엄마를 힘들게 해"라고 했다.
최씨는 "넌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말을 사랑하고 동물을 너무 좋아하던 맑고 깨끗한 아이였어"라며 "햄스터랑 거북이를 사 가지고 엄마에게 들켰다가 너를 눈물 빠지게 혼냈던 엄마가 이젠 후회스럽고 미안하다"고 회고했다.
또 최씨는 "늘 철창 너머로 보이는 너와 우리 손주들을 보면서 그 순간들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고 살아남고자 하는 존재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너의 사랑하는 말들과 다시 만나 훨훨 뛰어다니는 너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며 딸에게 하고싶은 일을 하라고 권했다.
끝으로 최씨는 "그래도 세상은 너를 봐주는 소중한 아가들이 있고, 갇혀 있지만 너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는 걸 늘 가슴에 간직하고, 너의 남은 삶은 고통 속에서 희망으로 이겨내길 바랄게"라며 딸이 용기를 잃지말고 살아가길 당부했다.
최씨는 승마선수인 딸을 위해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정유라씨도 입시비리 사건으로 지난 2016년 12월 청담고 입학 취소, 2017년 1월엔 이화여대 입학을 취소당했다.
<다음은 최순실씨의 문화일보 독자투고 전문>
딸 정유라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유라야! 엄마는 너에게 매일 글을 쓰면서,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있어. 이 생애를 살면서, 너와 내가 같이 살았던 시간보다 헤어지고, 떨어져 있었던 순간이 더 많았고, 앞으로도 더 많을 것 같음에… 가슴 저리는 고통이 늘 엄마를 힘들게 해.
유라야! 넌 어릴 때부터 유난히 말을 사랑하고 동물을 너무 좋아하던 맑고, 깨끗한 아이였어. 언젠가 5살 때 마장에서 코치님이 말을 끌고, 그 위에서 놀라지도 않고, 재미있게 타던 너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가득히 남아 참으로 같이 가고 싶단다. 엄마는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마음에, 너는 아빠랑 엄마 몰래 찍어놓았다가, 햄스터랑 거북이를 사 가지고 엄마에게 들켰다가 너를 눈물 빠지게 혼냈던 엄마가 이젠 후회스럽고 미안해. 너의 그 마음을 못 알아준 게 요즘은 왜 이렇게 작은 것 하나하나가 후회되는지 모르겠어.
유라야! 어린 나이에 마음에 상처만 준 나쁜 어른들 때문에 그 좋아하던 말을 못 타게 되고…. 네가 사랑하고, 그렇게 노력해왔던 말들을 떠나보내면서 얼마나 그 마음이 서럽고 아팠겠니! 그래도 우리 딸 엄마는 자랑스럽단다. 언젠가 과천에서 시합 때 말이 놀라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너를 떨어뜨리려 할 때, 끝까지 버티다 떨어져서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도 너는 너의 말을 찾았지. 그런 너의 모습에서 엄마가 그때 얼마나 마음에 눈물을 흘렸는지 아니! 너의 고통보다 사랑하는 말을 걱정하는 네 마음에 그래도 넌 그걸 포기하지 않았어. 뼈가 으스러지는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넌 대회를 나갈 수는 없었지만. 그 시합을 보기 위해 일어섰던 너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단다. 너의 삶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다 잃어버린 네가. 그래도 살아있어 주고 버티고 있어 줌에 감사하단다. 어린 나이에, 엄마 없이 어린 네가 힘겹게 아이들을 키워주고 있는 너의 강인함에… 난 또 가슴 아파하며 너를 사랑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엄마가 미안하다.
유라야! 늘 철창 너머로 보이는 너와 우리 손주들을 보면서 그 순간들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고 살아남고자 하는 존재의 이유야. 우리 딸! 언젠가 너의 사랑하는 말들과 다시 만나 훨훨 뛰어다니는 너의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네가 그랬지? “이젠 말 근처도 가기 싫다”고. 못된 어른들의 잔인함에 희생된 너에게 내가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구나. 그래도 우리 딸이 그 먼 길을 어린 손자들과 엄마를 찾아오는 그 발걸음이 고맙고, 항상 네 뒷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된단다. “우리 큰 손주가 할머니는 왜 만질 수가 없어”하고 철없이 물었을 때 너와 내가 얼마나 눈물을 감추고 가슴 아파 했니? 엄마 없이, 누구도 쳐다보지도 않고, 도와주지도 않는 이 매정하고 가혹한 세상의 허허벌판에서 너의 삶을 지키고 아이들을 잘 키워준 우리 딸! 앞으론, 이생의 남은 20대의 삶과 다가올 삶이 힘들더라도… 너를… 또 아이들을 사랑하며 소중히 살아주고 버텨주길 바라…. 이 생이 지나가면 다음 생은 없는 것이니까.
유라야! 그래도 세상은 너를 봐주는 소중한 아가들이 있고, 갇혀 있지만 너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엄마가 있다는 걸 늘 가슴에 간직하고, 너의 남은 삶은 고통 속에서 희망으로 이겨내길 바랄게. 미안하고 사랑하는 소중한 우리 딸에게.
엄마 최서원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