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와 좌우뿐 아니라 천장 모서리까지, 눈을 돌리는 곳에는 어김없이 카메라가 있다. 총 18대가 찍으니 자신이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움직임까지 속속들이 드러난다.
경기 수원 광교에 최근 오픈한 ‘더식스 골프스튜디오’는 첨단 스윙 분석 장비를 갖춘 곳이다. 레이저로 볼을 추적하는 트랙맨부터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3차원으로 포착하는 기어스, 스윙 동안 지면 반력을 측정하는 스윙 캐털리스트 등을 동시에 이용해 스윙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일반인보다는 프로 골퍼를 위한 장소다. 이런 분석 장비를 갖춘 분석실이 총 3개로, 장비를 갖추는 데만 4억 원이 들어갔다.
이곳을 운영하는 박상민(39) 대표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오브 아메리카) 클래스 A 멤버 출신 프로 골퍼다. 골프 관련 시험 평가와 기술 지원 등을 위해 설립된 인천 송도의 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에서 스윙 분석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2015년 무렵 미국에서 KIGOS 장비를 한국으로 들여오는 일을 도와주다 아예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2018년부터 KIGOS에서 국내 주요 선수들의 스윙을 분석하던 박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더식스 골프스튜디오를 설립했다. 프로 골퍼 60여명이 소속된 남부, 리베라 골프장 소재 아카데미와 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은 종이 한 장의 실력 차이로 인해 그 주에 우승을 하느냐 못 하느냐가 결정된다”며 “그 차이를 정확하게 콕 집어내려면 첨단 장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선수들의 스윙 자료가 쌓인 빅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향후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스윙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 자신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목표로 연습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에서 2부 투어에 나가기 위해 월요 예선에도 나가고 지역 대회에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4년 무렵 맥 오그래디라는 프로를 만나면서 제 인생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70세인 오그래디는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선수 출신으로 비제이 싱, 어니 엘스 등의 스윙 코치를 맡았으며 거침없는 언행으로도 유명했다. 박 대표는 “얘기를 나눠보면 제가 골프 초보자가 된 기분이 들 정도로 맥의 골프 지식은 방대했다. 예를 들어 그는 왼손 그립 하나만으로도 3시간 동안 떠들 수 있었다”며 “그를 통해 누군가를 돕는 교습가의 꿈을 키웠다”고 했다.
박 대표는 “골프는 기술, 코스 매니지먼트, 멘탈, 트레이닝, 환경, 그리고 본인의 근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게임”이라고 믿는다. 그는 “이 여섯 가지를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투어 선수들에게 이와 관련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제가 하는 일이고, 첨단 장비는 정확한 솔루션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스윙 로봇’으로 만들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골프 스윙에 정답은 없습니다. 볼을 잘 치기 위한 공통 분모만 잘 지키면서 자율성을 강조할 때 장점이 훨씬 더 많이 발현됩니다. 각자의 신체에 맞는 스윙이 있는 건데, 다만 그 해답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비교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