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지역 발전 이끄는 ‘K-스타 작목’

허태웅 농촌진흥청장


지방 소멸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지난 2017년에 전국 지방소멸위험지수는 1을 밑돌아 주의 단계로 들어섰다. ‘지방소멸위험지수(65세 인구 대비 가임 여성 비율)’가 1이하면 인구 감소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경고다. 갈수록 심화되는 인구 절벽 현상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 인구 유출이 지방 소멸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안타깝게도 지방 소멸은 농촌의 위기와 겹친다.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거의 모두가 농촌 지역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일본은 인구감소·지방소멸 대책을 핵심 과제로 삼고 저출산, 대도시 인구 집중을 해소할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도 지방 소멸에 대처하기 위해 지방분권·균형발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정하고 지역 주도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지방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2019년 7월 9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도 그중 하나다. 지역특화작목이란 지역별로 고유한 자연환경과 사회적·지리적 여건에 특화돼 생산되는 농축산물과 부산물을 말한다. 지역 농업을 부흥시킬 새로운 활력소로 특화작목이 재조명되면서 농가 소득 증대를 견인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특화작목 재배 농가의 연소득 증가율이 13.8%에 달할 정도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특화작목은 ‘설향’ 딸기와 약콩두유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전국 브랜드로 성장한 ‘설향’ 딸기는 지역 밀착형 연구 결과를 현장에 접목해 중앙과 지방 연구개발(R&D) 협력으로 거둔 성과다. 약콩두유의 탄생 비화도 남다르다. 예부터 약성(藥性)이 뛰어난 강원도의 ‘쥐눈이콩(서목태)’을 서울대 평창캠퍼스 초대 산학협력실장을 맡은 이기원 교수가 평창 지역 농가 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 방안을 고민하던 중 약콩의 기능적 우수성을 확인하고 100% 국산 약콩을 껍질째 통째로 갈아 만든 건강한 약콩 두유를 개발해 상품화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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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은 올해 2월 ‘제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지역특화작목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선인장(다육식물)과 느타리버섯, 강원 옥수수와 산채(산마늘·더덕), 충북 포도(와인)와 대추, 충남 인삼과 구기자, 전북 씨 없는 수박과 천마, 전남 유자와 흑염소, 경북 참외와 복숭아, 경남 양파와 곤충, 제주 비트와 메밀이 주인공이다.

5년 뒤 생산액과 수출액이 2배 이상 늘어난 특화작목을 각각 3종 이상 육성하고 특화작목 재배 농가의 연평균 소득 증가율을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새로운 K스타작목의 탄생이 머지않았다. 고부가 지역특화작목을 기반으로 지역 농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진다면 농촌은 더 이상 소멸의 대상일 수 없다.

앞서 언급한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대응하는 ‘지역재생잠재력지수’가 있다. 지역발전지수를 활용해 지역의 발전 정도와 잠재 역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수치다. 지역특화작목의 성공적인 육성이 지역재생잠재력지수를 높이는 지렛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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