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론이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선 연기론이 “패배주의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꾸준히 대선 경선 연기에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민주당 당헌 12장 88조에는 ‘대통령 후보자의 선출을 180일까지 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해당 당헌에 따르면 민주당은 9월11일 전에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합니다. 경선연기론은 이같은 민주당의 경선 일정이 제1야당 국민의힘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 있어 불리하다는 측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11월에 후보를 확정하게 됩니다. 3개월 여동안 국민의힘이 경선을 치르며 여론의 관심을 끌게 되면 민주당 대선후보는 소외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당헌을 바꾸지 않더라도 경선연기는 가능합니다.
‘경선연기’ 군불…“야당에 끌려갈 수 없다”
여당 내부에서 처음 대선연기론을 공식 제기한 전재수 의원의 발언을 살펴볼까요.
여권내에서 바른 소리 하기로 유명한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경선 연기론에 대해 한미디 거들었는데, 해당 발언도 그대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유 전 사무총장에 말을 빌리면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도 당시 야당보다 빨리 후보가 됐지만 지지율이 다시 빠져서 정몽준 후보한테로 당 소속 의원까지 탈당하는 등의 곤욕을 치렀으니 충정에서 연기론을 제안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른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이광재 의원도 16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경선 연기론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당 지도부와 1등인 이 지사가 결단을 내릴 문제라고 본다”면서도 “2007년도에 박근혜 후보가 1위였던 이명박 후보에게 경선 연기를 요청했는데 1위였던 이명박 후보가 그것을 수용하자고 하니 지지도가 더 올라갔다. 한 번쯤은 지도부도, 이 지사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이 지사와 함께 여권 대선주자 ‘빅3’로 꼽히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도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원칙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경선연기를 주장할 경우 역풍을 우려한 행보로 해석됩니다만 이 지사에 비해 지지율이 열세인 입장에서 경선연기가 시간을 번다는 측면에서는 기대를 품을 만도 합니다.
이재명계 ‘패배주의’ 발상…경선 연기 가능성 ‘제로’
이처럼 경선 연기 주장에 ‘이재명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지사 측근 의원들은 이 지사가 여권 차기 대선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를 기록하자 ‘친문’견제가 본격화한 것이라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간 공개적으로 당 내 주류 세력인 ‘친문’과 이견 표출을 꺼려왔던 ‘친이(李)’의원들이 침묵을 깨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후보 선출 시기를 둘러싼 친문·친이간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친이’ 좌장격인 4선 정성호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특정인을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벌기가 아니냐는 프레임으로 본선에서 굉장히 위험해질 것”이라며 전재수 의원의 경선 연기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하고 나왔습니다. 특히 친문 대선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김두관 의원이 정세균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경선 연기론을 언급하자 친이계는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친이계 의원인 민형배 의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압박하듯 공개적으로 (연기론을)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실익도 없어 보인다”며 “경선 연기론은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변수에 대해서도 민 의원은 “코로나19는 경선의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올해 재·보궐선거 모두 백신 접종 전에 치렀다”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또 다른 이재명계 핵심 의원은 이 지사 측에서 경선연기를 제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가능성 제로”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 역시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원만하고 합당하지 않나”라고 언급하며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9월 대선후보 확정 되나…관건은 지지율
결국 여당 대선후보 경선은 지지율 1위인 이 지사의 결심에 달려있습니다. 현재 지지율1위로서 경선 연기에 호응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5월 이후 지지율이 변수입니다. 부동의 1위 지지율이지만 이 지사는 30%대에 올라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내 일각에서 이 지사의 확장성에 한계가 노출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업체가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서 첫 20%대를 돌파한 이 지사의 지지율은 올해 2월4주차 28%를 제외하고 5월 2주차까지 27주 평균 23.9%를 기록중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
정치권에선 대선 지지율이 30%대에 안착해야 대세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동안 임기말 대통령들의 지지율이 대부분 30% 이하인 경우가 많았던 게 배경입니다. 즉, 대선후보가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할 때 미래권력으로 인정받고 대세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집권 초기에 비해 지지율이 반토막 이상으로 하락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40%대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지사가 문 대통령을 넘어 확실히 치고 올라가야 명실상부한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에 올라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지지율도 중요합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지지율이 반등하고 이 지사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될 경우 상황은 또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지사의 고민이 친문과의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데 닿아있다면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뜻밖의 순간에 발현될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