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 회사 AT&T가 자회사인 워너미디어를 케이블TV 채널 사업자인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T&T는 양 사 간 합병으로 시장 진입이 늦었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분야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도전한다는 것이 목표다.
1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AT&T가 워너미디어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새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 회사는 AT&T와 디스커버리 주주가 공동 소유하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합병 기업의 가치가 1,500억 달러(약 17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조만간 합병이 공식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디어 업계는 이번 ‘메가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T&T는 지난 2018년 타임워너를 850억 달러에 인수해 워너미디어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워너미디어는 뉴스 채널 CNN, 영화 채널 HBO, 스포츠 채널 TNT, 오락 채널 TBS 등과 영화 제작·배급사 워너브러더스를 가지고 있으며 디스커버리는 탐사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와 인테리어 전문 채널 HGTV, 동물 전문 채널 애니멀플래닛 등을 소유하고 있다.
양 사의 합병은 미디어 시장의 무게중심이 케이블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완전히 넘어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 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전통 케이블TV를 시청하는 가구 수는 올해 7,370만 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블TV를 보지 않는 가구 수(5,630만 가구)보다는 많지만 5년 전보다 25%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OTT 시장이 커지며 전통 케이블TV 방송을 끊는 ‘코드커팅’ 현상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오는 2024년에는 처음으로 전통 케이블TV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가구가 시청 가구 수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AT&T는 지난해 5월 HBO맥스 출범과 함께 뒤늦게 OTT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부터는 워너브러더스가 내놓는 모든 영화를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에 개봉하기로 하며 구독자 유치에도 나섰다. 디스커버리 또한 1월 스트리밍서비스인 디스커버리플러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구독자 수는 총 3,500만 명으로 넷플릭스(전 세계 가입자 2억 800만 명)나 디즈니+(1억 360만 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미 뜨거워진 OTT 경쟁 속에서 단순한 ‘몸집 불리기’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선두 주자 넷플릭스와 디즈니+조차 최근 구독자 수 증가세가 둔화하며 고전하고 있다. 1분기 넷플릭스의 신규 구독자 수는 397만 7,000명으로 시장 예상치(620만 명)를 크게 밑돌았다. 디즈니+도 최근 분기에 시장 전망치보다 적은 830만 명의 신규 구독자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AT&T는 타임워너 인수로 강력한 미디어·통신 업체를 만들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이번 도전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