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화가 김창열이 세계 미술시장의 주류 편입을 의미하는 ‘이브닝세일(Evening Sale)’에 첫 선을 보인다. ‘데이세일’ ‘애프터눈세일’ 등과 구별되는 ‘이브닝세일’은 주요 작가의 고가 대표작을 엄선해 다루는 경매를 가리키는 용어다.
크리스티 홍콩이 오는 24, 25일 진행하는 ‘20세기와 21세기 미술’ 경매 중 첫 날 열리는 이브닝세일에 김창열의 1978년작 ‘CSH Ⅰ’이 오른다. 추정가는 480만~600만 홍콩달러(약 7억~8억8,000만 원)로 책정됐다. 182×227.5㎝의 대작에 희소성 높은 1970년대 작품이라 주목을 끌기 충분하다. 국내외 경매에서 자주 선보인 김창열 ‘물방울’이 크리스티 경매의 이브닝세일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김창열 화백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주류 작가로 입성했음을 의미한다. 크리스티 코리아 관계자는 “김창열 화백은 지난해 뉴욕 티나킴갤러리에 이어 최근에는 뉴욕 알민 레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국내외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소더비 홍콩경매와 다가오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이브닝세일에 포함된 한국 작가는 김창열이 유일하다. 데이세일에는 김환기·이성자를 비롯해 박서보·이우환·하종현과 양혜규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경매 최고가 출품작은 20세기 중국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하나로 꼽히는 서비홍의 1924년작 ‘노예와 사자’다. 추정가는 약 507억~652억 원이며, 이는 역대 경매에 나온 동양 미술품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피카소가 마지막 여인이었던 자클린 로크를 그린 1968년작 ‘누워있는 누드와 잠자리’은 추정가 약 75억~98억 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나체로 누워있는 여인의 손바닥 위에 잠자리가 앉아있고, 온몸을 가로지르는 빛의 표현이 독특한 작품이다. ‘검은 피카소’라 불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2년작 ‘무제(외눈 사내 혹은 복사기 얼굴)’는 추정가 203억~246억 원에 경매에 오른다. 바스키아가 전성기인 1981~82년에 183×122cm 크기 판넬에 작업한 연작 중 하나로 컬렉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시리즈이기도 하다.
유동성 증가와 함께 안전자산 역할을 할 대체투자처로 미술품이 주목 받으며 글로벌 아트마켓은 전반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양대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지난 주 뉴욕에서만 1조 5,600억원 어치의 그림을 팔아 치웠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