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이지만 가족과 함께 멀리 여행을 떠나기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면 우리 주변도 얼마든지 훌륭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서울은 여행지가 아닌 곳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도봉구는 우리가 잊고 지낸 보물 같은 근거리 여행지다. 부모 세대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 속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고향이며, 자녀들에게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으로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서울관광재단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나들이 코스로 도봉구 명소를 엄선했다.
쌍문동 우이천은 둘리가 빙하에 갇혀 떠내려 오다가 고길동의 딸 영희에게 처음 발견된 곳이다. 그 인연으로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우이천 쌍문교~쌍한교~수유교 구간 제방에 둘리 벽화가 그려졌다. 벽화 길이는 무려 420m. 단일 캐릭터 벽화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 우이천변에는 자전거·보행 겸용 길이 잘 나 있어 따릉이를 타고 라이딩을 즐기기에도 좋다.
인근에는 체험형 캐릭터 박물관인 둘리뮤지엄이 있다. 둘리를 잘 모르는 아이들도 만화 속 주인공들과 게임을 하듯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뮤지엄동은 ‘둘리 아빠’로 불리는 김수정 작가의 쌍문동 작업실, 둘리 연대기, 둘리 원화, 둘리 역대 캐릭터 상품 전시실로 꾸며져 있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는 둘리 3D영화다. 지하 상영관에서 1일 4차례 상영한다.
둘리와 함께 쌍문동을 대표하는 작품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다. 배경으로 나온 쌍문역 2번 출구 방면은 '쌍리단길'이란 이름이 붙으며 젊은 층을 끌어들이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주택가 골목에는 작은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과 카페가 즐비하다. 쌍문역 3번 출구 앞 쌍문시장 골목은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전통시장이다. 드라마 속 약국, 금은방, 덕선이네 집 등의 모티브가 된 가게와 골목을 만나볼 수 있다.
방학동에서는 우리 문화재 지킴이 간송 전형필(1906~1962)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간송은 일제 강점기에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수집·보존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인물로, 그가 말년까지 머물렀던 간송옛집(국가 등록문화재 제521호)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간송옛집은 1900년 무렵 간송의 양부인 전명기(1870~1919)가 별장으로 지은 집으로, 본채와 협문, 담장, 화장실로 단촐하지만 본채의 유리문과 함석으로 만든 지붕 물받이가 근현대 가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가옥의 좌측 언덕 위에는 간송 부부와 양부 전명기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붓꽃 특화 식물원이자 생태공원인 도봉동 '창포원'에서는 교외로 나들이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노랑꽃창포, 부처 붓꽃, 타레붓꽃, 범부채 등 13종의 자생붓꽃과 117종의 독일 아이리스를 볼 수 있다. 바로 옆 평화문화진지는 10년 넘게 흉물로 방치되던 방호시설을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바꿔 놓은 곳이다. 옥상정원으로 올라가면 창포원과 다락원체육공원, 도봉산과 수락산 뿐만 아니라 도봉산역을 오가는 전철을 내려다볼 수 있다. 책에 관심이 있다면 김수영(1921~1968) 문학관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사진제공=서울관광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