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사기 급증에 암호화폐 규제카드 만지작…월가도 부정기류 확산

[혼돈의 암호화폐]

올 3월까지 6개월간 피해액 910억원으로 1년새 10배↑

머스크 교란에 가격 출렁…'스톱일론' 알트코인도 등장

핌코 "인플레 헤지 자산 아냐"…SEC도 투자상품 부정적

알트코인 ‘스톱일론(Stopelon)’알트코인 ‘스톱일론(Stopelon)’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연이은 트윗으로 비트코인이 최근 3개월 새 최저치로 추락한 가운데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당국과 금융기관의 시선도 곱지 않다. 머스크의 한마디에 비트코인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써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세를 얻고 있고 각종 사기 사건도 급증해 관계 당국이 규제 카드를 조만간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17일(현지 시간)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암호화폐의 사기 피해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FTC는 “암호화폐 사기 피해가 지난해 10월 이후 급증해 올 1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올 3월까지 6개월간 발생한 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총 7,000명, 피해 규모는 8,000만 달러(약 91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피해자는 12배, 피해액은 10배나 늘어난 수치다.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면서 각종 사기 사건이 판쳤다는 의미다.

머스크를 사칭한 사기꾼이 특히 활개쳤다. CNBC는 “사기꾼들이 머스크처럼 행세하면서 암호화폐를 몇 배로 돌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인 뒤 송금받은 암호화폐를 챙겼다”고 전했다. 이 밖에 고수익을 앞세운 암호화폐 가짜 사이트를 만들거나 이성 교제를 미끼로 피해자를 꾀어 암호화폐를 받아내는 사례도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20~30대가 암호화폐 사기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다른 종류의 사기보다 암호화폐 피해액이 훨씬 많았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를 빙자한 암호화폐 사기가 급증하는 것은 이 시장에서 머스크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지난 2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15억 달러어치 구매했다고 공개하고 자사 차량 구매에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암호화폐 광풍에 불을 지른 장본인이다. 그간 암호화폐의 강력한 옹호론자로서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을 지지하는 트윗을 수차례 올렸다.




하지만 이도 잠시였다. 이제 머스크는 얼굴색을 바꾸고 비트코인 부정론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달 12일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중단한다고 돌연 밝힌 데 이어 16일에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한 누리꾼 트윗에 대해 “정말이다”라고 답해 비트코인 투자자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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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하루 만에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입방정이 암호화폐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급기야 이달 16일에는 ‘머스크가 시장 조작을 하고 있다’며 그의 행보를 막겠다는 취지의 알트코인인 ‘스톱일론(Stopelon)’이 등장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변심으로 비트코인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7일 비트코인 가격은 4만 2,185달러까지 떨어지며 2월 8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4만 5,000달러선을 회복하고 있지만 투심 악화로 인해 상승세로 전환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기관의 불신도 덩덜아 커지는 실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BS·핌코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의 투자가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골드만삭스·블랙록 등 초대형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을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는 행보와 대조적이다. 그동안 글로벌 투자 업계는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주목해왔지만 최근 업계의 여론은 훨씬 싸늘해진 상태다.

니컬러스 존슨 핌코 상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암호화폐가 인플레이션(헤지) 자산이라는 생각은 호기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암호화폐의 과도한 변동성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핌코를 비롯한 일부 자산운용사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해외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데는 미국의 규제 가능성도 한몫했다. 최근 규제 당국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오는 6월 승인 여부를 결정할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앞서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암호화폐에 대해 “투기성이 강한 자산”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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