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들이 모여 업계 최초로 공동 물류센터 구축에 나선다. 각사에 흩어져 있는 제약 창고를 한곳에 모아 경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중소·중견 제약사의 경우 물류 비용도 20%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제약협동조합은 경기 평택시 드림산업단지에서 업계 최초로 제약사 공동 물류센터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번 제약사 공동 물류센터 구축사업은 지난해 초 제약조합이 회원사들의 창고 수요와 사업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반영해 시작한 사업이다. 지난해 7월, 10개 제약사가 출자한 제약 물류 전문회사 피코이노베이션이 설립되면서 본격화됐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총 810억 원을 투입해 드림산업단지 내 3개 블록에 국내 첫 헬스케어 복합물류단지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평택 드림산업단지 내 약 5만 4,500㎡의 부지를 확보했다. 그중 1만 6,500㎡ 부지에 1차로 첨단 자동화 제약 물류센터를 착공해 2022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의 1차 물류센터에는 자동창고, 피킹시스템 등 첨단 자동화 설비와 냉장?냉동창고를 갖춘다. 매출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중견 제약사 20곳이 활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해당 부지는 제약사가 밀집한 향남제약산업단지와도 차량 1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높다.
피코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공동 물류 시스템을 통해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창고 부족 문제가 해소하면서 기존 창고 자리에는 제조 시설을 늘려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와 자동화를 통해 물류 비용 역시 평균 20%가량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1차 공동물류센터에는 동구바이오제약, 안국약품, 국제약품, 대우제약, HLB제약, 한국파마 등 13개 중견 제약사가 참여를 결정했다.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협력사로 자동 물류 시스템 설비를 담당한다. 물류 창고에서는 중소?중견 제약사들의 제품 보관과 선별부터 포장, 배송 등의 출고 업무는 물론 반품·회수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아마존이나 쿠팡에서 활용되는 풀필먼트(fulfillment) 시스템을 제약업계에 적용하는 셈이다. 풀필먼트는 고객사나 판매자의 위탁을 받아 제품 배송뿐 아니라 보관, 포장, 교환, 환불 서비스 등 물류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아마존과 쿠팡은 풀필먼트 시스템 기반 자체 물류망을 통해 당일 배송 시스템을 가동하며 판매, 유통, 물류 시장 전 영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참여 제약사의 모든 물류 시스템을 대행할 계획이다. 나머지 2개 부지에도 향후 제2 공동 물류센터와 의료기기 전용 물류센터가 설립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물류센터 모델로 새로운 수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남아시아 등 제네릭 의약품 사업이 이제 막 시작됐고, 고도화된 물류 체계는 갖추지 못한 지역에 공동 물류센터 자체를 수출하는 것이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에 조합이 중소기업자 지위 인정을 받은 것을 계기로 앞으로 조합원사 경영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더욱 다양한 공동사업들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한층 효율적인 방식으로 물류 처리 혁신을 통해 한국 제약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제약사와 의료기기 기업들을 모아 국내 첫 헬스케어 복합물류단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앞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 제약 전문 물류 시스템 자체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