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후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 사건 관련, 정민씨와 한강에서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 측이 여러 의혹 제기에도 별 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이유와 신발을 버린 경위 등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배상훈 프로파일러가 "정작 핵심적이고 본질적 부분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배 프로파일러는 17일 전파를 탄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에 나와 "(새벽) 3시48분부터 4시20분 사이의 (행적이) 전혀 확보되지 않았다"며 "핵심적인 부분은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여러 가지 억측들과 낭설들에 대한 해명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이렇게 짚었다.
그러면서 배 프로파일러는 정민씨 아버지가 A씨 측 입장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는 "경찰 조사 때 변호사 입회 같은 부분도 그렇고, 뭔가 그냥 덜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니) 전체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직접적으로 사과를 받지 못한 부분들 때문에 더 큰 깊은 불신을 가지시게 된 것 같다"고도 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아울러 'A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인데 아직 경찰에서 특별한 발표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실족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제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다. 제 경험상 이미 결론은 다 나왔을 것"이라며 "결론은 나왔지만, 발표 방식 등 여러 가지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배 프로파일러는 경찰 조사와 관련, 지난 12일 이뤄진 'A씨 프로파일러 면담'에 대해 "변사사건 같은 경우에는 프로파일러를 투입할 실질적인 이득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투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블랙아웃의 실질적인 가능성을 판단했을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 배 프로파일러는 "평소에 어떤 것에 특별하게 몰입하는 스타일이라 술을 먹어도 집중적으로 많이 먹는 스타일의 심리적 특성이 있다면 블랙아웃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블랙아웃이 가능성이 떨어지지 않나 이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경찰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앞서 A씨 측은 같은 날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의혹 제기에도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이유와 신발을 버린 경위 등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 또한 A씨 측 가족이나 친척 가운데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유력 인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A씨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유한)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실종 당일 A씨가 신었던 신발은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다음날인 26일 A씨 어머니가 모아뒀던 다른 쓰레기와 같이 버리게 됐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또한 "당시 A씨 어머니는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신발 등을 보관하라는 말도 듣지 못했기에 크게 의식하지 않았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그동안 별도의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던 이유에 대해선 "A씨 및 A씨의 가족은 진실을 숨긴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A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려웠다"며 "목격자와 CCTV 내역 등 객관적 증거가 최대한 확보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입장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여기에 덧붙여 정 변호사는 "과거에도 수차례 만취 상태에서 기억을 잃은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도 사고나 다툼이 발생된 적이 없었던 점, 이번 사건에서도 A씨의 신체, 의류나 소지품, 가족과의 당시 통화 내용 등 어디에도 불미스러운 사고의 흔적이 없었기에 A씨가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으리라고 당연히 믿고 있다"고도 했다.
더불어 정 변호사는 "A씨 가족 또는 친척 중 수사기관, 법조계, 언론계, 정·재계 등에 속한 소위 유력 인사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A씨 아버지 직업도 유력 인사와 거리가 멀고, 어머니도 결혼 후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라고 온라인을 통해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서 A씨가 정민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던 부분과 관련해서는 "고인의 휴대전화를 왜 소지하고 있었는지도 전혀 기억하지 못할뿐더러 사용한 기억도 없다"면서 "A씨가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안 사람도 A씨의 어머니였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A씨 어머니는 A씨가 귀가 후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 놓은 점퍼를 들다가 점퍼 주머니에 무게감을 느껴 꺼내보게 됐고, 이 때 A씨가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들고 왔다는 것을 인지했다"면서 "A씨에게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으나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고, 이에 A씨 어머니는 휴대전화가 고인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정 변호사는 또한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A씨와 A씨 가족들을 판단하셔도 늦지 않을 것"이라면서 "부디 도를 넘는 억측과 명예훼손은 삼가시고, A씨와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편 중앙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께부터 이튿날 새벽 2시께까지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뒤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