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가가 치솟자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극한 대립을 빚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철강업체들이 고의로 후판 공급을 줄여 가격 인상을 꾀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1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달 철광석 가격은 톤당 211.67달러로 지난해 5월(91달러) 대비 2.3배나 뛰었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오르며 철강 제품 값도 급등했다. 철강업체들은 올 들어 원가 상승분을 철강 제품에 매월 반영 중인데 선박 제조에 필요한 후판은 지난달 말 110만 원대에 거래됐다. 지난달 후판가는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00만 원을 돌파했다.
후판가가 치솟자 조선업계는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조선업계는 발주사와 1년~1년 6개월 전 계약을 맺을 당시 후판 가격을 바탕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후판가가 급등하며 조선업계는 원가 부담에 한숨짓고 있다. 후판가격은 선박 제조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1%가량 오르면 조선사의 영업이익이 2%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체들은 조선 업황이 2010년 이후 장기간 부진하자 후판가를 인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고 조선업계에 수주 훈풍이 불며 후판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후판가는 톤당 10만 원을 올리는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후판가를 결정하는 협상은 이달 중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협상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치열한 기 싸움이 오가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철강업계가 가격 상승을 위해 후판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의 후판 생산량과 수출량을 보면 평년보다 감소했다”며 “설비를 100% 가동해 공급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설명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후판보다는 열연 등 고가에 팔 수 있는 철강재를 생산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후판 추가 생산과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업체들은 과도한 설비 가동은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