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애플에 맞선 삼성-구글 동맹…OS 통합으로 시너지 박차

구글 연례 개발자행사 I/O 개최

"삼성과 웨어러블 OS 통합" 발표

갤럭시 워치 매력도 상승 기대





삼성전자(005930)가 구글과 웨어러블 운영체제(OS)를 통합해 ‘갤럭시 생태계’를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부터 스마트워치인 ‘기어2’ 등에 사용해온 자체 개발 OS ‘타이젠’까지 포기하면서 구글과 동맹을 맺었다. 애플이 자사 OS인 iOS를 기반으로 구축한 ‘애플 생태계’에 맞서려는 결단이다. 아울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웨어러블 시장에서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구글은 18일(현지 시간) 연례 개발자 회의인 ‘구글 I/O(Input/Output)’에서 삼성전자와 협력해 통합된 스마트워치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대규모 업데이트로 구글의 웨어러블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기반 ‘웨어(Wear) OS’와 삼성전자의 OS인 타이젠을 합칠 예정이다. 통합 OS는 올가을 출시 예정인 ‘갤럭시워치4’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구글과의 웨어러블 OS 통합으로 갤럭시 생태계 강화는 물론 애플워치의 대항마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 타이젠은 모바일 OS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에 비해 생태계 측면에서 열악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OS 통합으로 단숨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다양하고 우수한 웨어러블용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PC, 무선 이어폰 등으로 구성된 갤럭시 생태계에 갤럭시워치까지 합류함에 따라 삼성전자도 애플 못지 않은 강력한 플랫폼을 갖추게 됐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이후 고수해온 자체 개발 운영체제(OS)인 ‘타이젠’까지 포기하면서 웨어러블 OS를 구글 안드로이드와 통합하기로 한 것은 단순한 웨어러블 강화를 넘어 애플이 선점한 모바일 생태계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OS로는 애플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시장에서도 하드웨어 개발에 강점을 가진 삼성과 세계 최대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를 구축한 구글이 협력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각종 모바일 기기가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생태계 완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관련기사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막강한 모바일 기술력을 갖췄지만 스마트폰부터 스마트 워치까지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걸쳐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에 매번 고전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5세대(5G)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삼성전자는 1,700만 대(12.7%) 수준으로 4위에 그쳤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이 1억 3,390만 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458%나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에 전략폰인 ‘갤럭시S 21’ 시리즈를 조기 등판시켰고 보급형 스마트폰인 ‘갤럭시 A’ 시리즈까지 출시했지만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같은 기간 4,040만 대(30.2%)를 출시하며 5G 시장 성장의 과실을 독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구글과 협력하기로 한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뛰어난 모바일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7% 성장했다. 기기 출하량만 1억 5,350만 개에 달하고 현재 이 시장의 강자는 단연 애플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의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 점유율은 36.2%로 압도적인 1위다. 삼성전자는 중국의 샤오미(8.8%)에 이어 8.5%로 3위에 머물러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과의 웨어러블 기기 OS 통합 카드는 위기감의 반영이자 변화의 시작”이라며 “그동안 안드로이드 영역에서 빠져 있던 갤럭시 워치를 과감히 안드로이드에 편입시키면서 ‘애플 생태계’에 대항할 ‘갤럭시 생태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동맹 강화는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우군을 늘리는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첫 노트북 언팩(공개) 행사에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 스마트폰과 윈도를 탑재한 노트북이 연동된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갤럭시 스마트폰, 갤럭시 버즈 프로 등 다른 갤럭시 장비들과의 연결성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구글과의 동맹 강화를 발표한 이날도 윤장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S/W 플랫폼 팀장(부사장)은 삼성전자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폰 사이 더욱 더 매끄러운 연결 경험을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왔다”며 “새로운 플랫폼은 이 목표를 향한 다음 단계이며 앞으로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폰 간 연결 경험은 더욱 쉽고 부드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새로운 플랫폼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건강 관리 경험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비대면 진료 등 앞으로 성장할 개인 건강 관리 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플은 이미 ‘헬스’ 관련 웨어러블 앱 생태계를 상당 부분 갖춰놓은 상태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앞으로 통합 OS를 기반으로 다양하고 우수한 웨어러블 앱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구글 지도와 구글 어시스턴트 디자인이 리뉴얼되고 구글 페이는 새로 개선해서 기존 11개국 외 26개국에 추가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라며 “유튜브 뮤직도 올해 말 웨어러블 버전이 추가돼 가입자들이 이동 중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에서 자체 개발한 앱뿐만 아니라 러닝 측정 앱 ‘스트라바’ ‘아디다스 러닝’과 이모티콘 앱 ‘빗모지’ 등 구글·삼성의 통합 플랫폼에 맞춘 버전의 앱들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구글은 또 새 OS가 더 빠른 성능과 길어진 배터리 수명이라는 강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갤럭시 워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많아지면 구매 매력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갤럭시 스마트폰 등 다른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들과도 손쉽게 연동될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존 타이젠 OS 기반의 갤럭시 스마트 워치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제품 출시 이후 최소 3년간 소프트웨어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박현익 beepark@sedaily.com


박현익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