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최대 정비사업장으로 꼽히는 마산합포구 상남산호지구 주택재개발 및 환경정비사업이 사업대행자(신탁사) 계약업무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일고 있다. 조합이 시공사에서 추천한 신탁사를 미리 정해두고 형식적인 절차로 계약을 강행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가능성과 이로 인한 조합원들이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이 사업지구 조합원으로 구성된 ‘조합정상화를 위한 모임(이하 조합정상화 모임)’은 “상남산호지구 주택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최근 신탁사를 선정한 과정이 불공정한 데다 시공사 선정 절차도 뒤바껴 조합원 피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상남산호지구 재개발 도시정비사업은 마산합포구 상남동 일대 21만 5,000여㎡의 구역을 재개발해 30개 동 3,183세대를 공급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공사비만 7,500억원 규모로 창원시 전체 재개발 사업장 중 최대어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포스코건설과 중흥토건, 신동아건설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최근에는 한국토지신탁을 신탁사로 선정했다. 조합이 사업을 대행할 신탁사를 도정법에 따른 일반경쟁입찰방식으로 선정하기로 해놓고 1회 단독 입찰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다.
도정법에는 사업시행자 등이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계약을 체결할 경우 제9조 제 1항 단서 및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제6조 제 1항에 따라 일반경쟁 입찰을 해야 하며,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 응찰의 사유로 2회 이상 유찰된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합의 경우 한국토지신탁이 1회 단독 응찰했는데도 수의계약 대상 업체로 선정해 총회에 상정해 가결한 것은 도정법, 정비사업계약업무 처리기준 등을 위반했다.
조합은 지난 8일 마산회원구 옛 성동조선 터에서 2021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신탁사로 한국토지신탁 선정과 조합 임원 선출 등 11건의 안건을 상정 가결했다.
앞서 조합정상화모임은 조합 측이 신탁사 선정을 위한 일반경쟁입찰을 진행하기 전 특정 업체 선정을 기정 사실화 했을 뿐 아니라 이 업체에 유리하게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한 후 해당 업체를 수의계약 대상 업체로 선정해 총회에 상정했다며 조합장(당시 조합장 직무대행)을 도정법 제29조 1항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창원시는 도정법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조합의 총회에는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나, 조합정관 변경을 신고해오면 도정법 기준을 살펴보고 준수하지 않은 건은 승인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탁사 선정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사법기관에서 수사를 통해 가려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조합정상화모임은 “앞으로 조합 측의 위법·부당 행위를 조합원들에게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조합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업무 정지 신청과 함께 민·형사상 책임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합 측은 정당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사회·대의원회의를 거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신탁사 선정 절차 적법성에 국토교통부에 질의해 회신을 받았고 지난 총회에서는 이건 외에 다수의 안건이 있었지만, 찬성으로 정상 가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상남산호지구 주택재개발 및 환경정비사업장은 창원시가 통합되기 전 (옛)마산시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지난해 11월 도시계획심의회에서 조건부 의결됐다. 향후 창원시는 조합 측이 신청할 조합정관 변경안 등을 검토하고, 경남도의 건축심의와 교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사업시행 인가 여부를 결정하는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창원=황상욱 기자 so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