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가 중국과 EU 간 투자 협정 비준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EU와 중국의 관계가 경색되는 것과 함께 미국 편에 선 유럽의 대(對)중국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이날 “중국이 EU의 선출직 인사에 대한 제재를 풀기 전에는 EU·중국 투자 협정을 비준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결의안은 599명이 찬성해 압도적인 표 차로 통과됐다. 반대는 30명, 기권은 58명에 불과했다.
EU와 중국은 지난해 12월 30일 거의 7년에 걸친 협상 끝에 투자 협정 체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유럽에서 투자 협정은 유럽의회와 27개 EU 회원국 모두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올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분위기가 변했다.
미국이 동맹 결속과 인권을 고리로 한 대중국 견제에 본격 나서면서 유럽도 동참한 것이다. 지난 3월 EU가 중국에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에 관한 제재를 부과하자 곧바로 중국이 유럽의회와 유럽 내 인권 관련 단체에 보복 제재로 역습하면서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강공에 대해 “중국이 (점점 중국 체제에 비판적으로 돼가는) EU의 분위기를 오판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내 대중국 ‘경제파’와 ‘정치파’의 세 다툼에서 정치파가 이긴 셈이다. EU가 인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제재한 것은 1989년 6·4 톈안먼 사태 이후 무기 금수 조치를 취한 이래 처음이다. 무기 금수 조치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EU의 협조가 필요한 중국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앞서 18일 리커창 총리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에게 전화해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21일 “EU가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협정을 파괴하는 것은 자신의 살을 베어 미국을 살찌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