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7년째 제자리 '상고제 개선' 다시 속도낸다

대법원 2014년이후 첫 토론회

1명당 연간 4,000여건 맡아

심리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심사제·상고부 설치 검토속

대법관 증원 대안으로 제시

대법원은 21일 ‘대법원 재판 제도, 이대로 좋은가-상고제도 개선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 제공=대법원대법원은 21일 ‘대법원 재판 제도, 이대로 좋은가-상고제도 개선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 제공=대법원




대법원이 오랜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상고 제도 개선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고 사건은 해마다 늘면서 1년에 수만 건에 이르고 있다. 반면 상고 제도 개선은 7년째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면서 대다수 사건이 심리 불속행으로 종결되는 실정이다. ‘3심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상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법원은 21일 ‘대법원 재판 제도, 이대로 좋은가-상고제도 개선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상고 제도 개선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14년 공청회 이후 7년 만이다. 대법원은 상고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1년 동안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 본안 사건만 해마다 4만~5만 건에 달하면서 심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민사 본안 69.6%, 가사 86.8%, 행정 78.6%, 특허 77.7%가 판결 이유를 기재하지 않는 심리 불속행으로 종결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일반 시민의 84.9%, 법관의 95.9%가 상고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등 여전히 상고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그동안 △상고심사제 △고법 상고부 설치 △대법원 규모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또 각각의 방안에 대해 국회 입법을 시도했으나 매번 논의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게다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정부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검찰 수사에 이어 재판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날 토론회도 7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상고 제도를 개선하는 최적의 방안이 무엇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인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심정희 국회사무처 이사관, 민홍기 변호사가 각각 상고심사안, 상고부 설치, 대법관 증원안 등을 발표하며 상고 제도 개선이라는 ‘불씨’를 살렸다. 상고법원 설치 대안으로 제도 개선이라는 첫 단추 꿰기에 나선 셈이다.

관련기사



이 교수는 “대법원의 본질적 기능은 법의 통일성 보장”이라며 “상고 사건을 이유에 따라 분류해 대법원에 올라가는 사건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역할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법 적용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것인 만큼 필요한 상고 사건만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심 이사관은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하고 상고심사제를 혼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형사사건은 고법 상고부로, 민사사건은 상고심사제로 구분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조사 결과 일반 시민은 고법 상고부(44.3%)를 가장 지지했고 전문가 집단은 상고심사제(55.4%)를 지지하기도 했다.

다만 권리 침해 등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됐다. 김종우 대전지검 부장검사는 “상고를 제한하는 방안은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상고부를 설치하는 방안 또한 실질적인 4심제가 되고 대법원이 심리할 사건이 자의적으로 분리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민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을 대안으로 주장했다.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수를 현행 12명에서 18명으로 늘리고 각각 9명으로 구성된 2개의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민 변호사는 “다양한 의견과 견해가 논의될 수 있고 다수 의견으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소수 의견 또는 별개 의견으로 기재돼 사법 역량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하상익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사는 판사들에게 ‘승진’의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한민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