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이 지난 22일 정상회담을 통해 42년간 우리의 미사일 주권을 제한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을 폐기하기로 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우리 군이 유사시 북한의 핵 도발 의지를 꺾고 중국의 군사적 개입 위험에 대비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지되면 한국은 최대 800㎞로 제한됐던 탄도미사일 개발 사거리 족쇄를 벗어나게 된다. 원래 해당 지침은 크게 사거리 제한, 탄두 중량 제한 두 축을 골간으로 했다. 이후 네 차례 개정을 통해 제한들이 점진적으로 완화됐다. 그중 탄두 중량 제한은 2017년 9월 한미 정상 간 통화로 폐지됐다. 나머지 사거리 제한마저도 이번에 한미 정상이 지침 자체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사실 기존의 800㎞ 사거리 제한 내에서도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탄두 무게를 줄일 경우 사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800Km 사거리 제한속에서도 중국 견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리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군 잠수함은 중부 전선에서 한참 떨어진 동해나 남해상에 은신해 있을 것이므로 해당 은신 지점을 기준으로 반경 800㎞를 재면 북한 전역을 타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중국 타격은 더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결국 미사일 지침이 폐지돼 800㎞ 사거리 규제가 풀리면 우리의 탄도미사일과 SLBM의 사정권에 중국을 포함해 중국 견제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앞으로 우리 정부와 군은 1,000~3,000㎞급 중거리 SLBM 도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이미 우리나라가 개발해 실전 배치한 순항 미사일 중 ‘현무-3B’와 ‘현무-3C’가 각각 1,000㎞와 1,500㎞를 사거리로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SLBM도 일단 1,000㎞급부터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그간의 미사일 기술 개발 속도로 봤을 때 빠르면 2~3년 내에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이미 800㎞ 사거리의 현무-4를 개발한 노하우가 있는만큼 사거리와 탄두 중량 등이 바뀌더라도 공력 특성 등만 재해석하면 SLBM 개발도 가능하다”며 “아직 미비한 것은 (물 속에서 미사일을 쏘는) 수중 사출 기술로, 하반기나 내년에 시험이 이뤄질 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LBM 개발 시 내년 실전 배치될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도산안창호함은 디젤엔진 기반의 재래식 잠수함에 공기불요추진체계(AIP)로 전기 추진 성능을 적용한 방식이어서 최대 수중 작전 시간이 2~3주를 넘기기 어렵다. 수개월 이상 잠항할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이 있어야 SLBM 도입을 통한 ‘고슴도치’ 방식의 대북 억지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분석이다. 핵추진잠수함 개발의 기반 기술은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확보된 만큼 핵연료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외교적 해법 모색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