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퇴직연금 수익률 2%대인데… 수수료 1조 걷어갔다

은행 6,257억원 보험 2,621억원, 증권 1,895억원

금리 하락세인데 수수료로 연 0.35~0.46% 떼가





퇴직연금 적립금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며 지난해 255조 원을 돌파한 가운데 운용·관리를 담당하는 금융회사들이 부과한 수수료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적립금의 약 90%가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면서 수익률은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43곳의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부과한 수수료가 총 1조 773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적립금에 부과한 운용·관리 수수료 및 펀드 총비용 등을 합친 금액이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6,257억 원을 챙겨가 가장 많았고, 보험과 증권이 2,621억 원과 1,895억 원이었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2019년 9,996억 원, 2018년에는 8,860억 원이었다.




퇴직연금 수수료율은 지난해 평균 0.42%로 집계됐다. 2018년 0.47%, 2019년 0.45%에 소폭 낮아졌지만 근로자와 회사가 적립하는 퇴직연금이 매년 증가하면서 수수료의 절대 금액도 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액은 연말 기준 2018년 190조 원, 2019년 221조 2,000억 원, 2020년 255조 5,000억 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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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신한은행이 1,314억 원으로 가장 많은 수수료를 가져갔다. 수수료율이 0.46%로 상위 사업자중에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적립금액은 삼성생명이 33조 8,857억 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26조 4,559억 원), KB국민은행(23조 6,730억 원), 하나은행(18조 9,944억 원) 순이다.

KB국민은행과 삼성생명이 거둔 수수료 수익도 지난해 각각 1,205억 원과 1,052억 원으로 1,000억 원이 넘는다. 이어 우리은행(880억 원), 하나은행(852억 원), IBK기업은행(843억 원), 미래에셋증권(738억 원), NH농협은행(621억 원), 교보생명(336억 원), 한투증권(293억 원) 순이었다.

문제는 수수료율이 연 0.35~0.46%에 달하지만 수익률은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2.58%였다. 전년(2.25%)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3%에 크게 못 미친다. 수익률은 5년 평균으로도 1.85%, 10년은 2.56%에 불과하다. 예컨대, 연 2%대 수익을 내는 펀드에서 수수료로 0.4% 이상을 떼가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퇴직연금 수익은 넉넉하게 추정해도 약 6조 원 선이다. 이는 2019년과 2020년말 적립금 평균액에 수익률(2.58%)을 곱한 금액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해 퇴직연금이 대부분 12월말에 적립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연금 가입자와 회사가 지난해 거둔 수익은 6조 원보다 작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1조 원을 수수료로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에도 원리금 보장 상품의 편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적립금 255조 5,000억 원 중 89.3%인 228조 1,000억 원이 원리금 보장 상품이다. 이중 은행 예적금이 83조 9,183억 원, 확정금리형 보험상품이 87조 7,125억 원, 증권사 ELB(주가연계채권)가 23조 8,936억 원이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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