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백신·반도체·미사일 '삼각고리'로 한미, 對中 견제 나서나

반도체 백신 공조로 中 굴기에 대응

韓 미사일 주권 회복, 美의 中 팽창 억제

한미, 대만해협 평화 언급...中 반발 예상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




미중 갈등 속에서 한미 정상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동맹’을 맺고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은 재편되는 세계 경제·안보 질서 속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 전선에 한발 더 바짝 다가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가 미국 주도의 반중 전선에 한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백신 생산을 통한 미국의 백신 무기화 전략에 참여하면서 얻은 것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쿼드 문제를 한미 공동성명문에 담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의 체면을 살려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오후 한미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삼성전자·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반도체·배터리 업체의 대미 투자를 언급하며 “미국 내에서 많은 고용 창출이 이뤄지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공급망이 강화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소를 띤 채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의 대표들을 일으켜 세우며 박수를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향해 거듭 “감사하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우선순위로 둔 미국이 한국 기업의 ‘통 큰 투자’에 대해 큰 성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준 대목이다.

미국의 이 같은 환대는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에 맞서 미국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나온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백악관에서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를 불러 모아 회의를 열고 “중국과 다른 나라들은 기다리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


배터리도 반도체·희토류·의약품과 함께 조 바이든 정부가 공급망 강화에 역점을 둔 품목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배터리 연합’을 구축함으로써 미국은 중국 전기차 시장과의 경쟁 속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반도체·배터리 분야 등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양국 간 협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한국 기업의 44조 원 규모 대미 투자는 한국의 일자리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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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파트너십’은 백신 외교에 나선 중국을 방어하려는 미국과 글로벌 백신 허브를 구축하려는 한국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초반부터 시노백·시노팜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풀며 영향력을 넓혀나갔다. 한국 측에서는 백신 생산 기지화 구상에 한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 2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가 되겠다”고 강조해왔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백신 기술을 받아 생산 허브가 된다면 국내에도 백신의 안정적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까지 백신을 움켜쥐고 자국 우선주의에 빠져 있던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가 앞서가고 있는 백신 외교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 플랫폼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결국 우리는 미국의 백신 무기화 틀 속에 들어가는 모습이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한국전쟁 명예 훈장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


한미 미사일 지침 완전 해제도 대중국 압박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42년 만에 되찾는 의미도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통해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주권 회복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거리 확장은 오히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을 도와주는 모양새처럼 보여 중국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와 같은 반발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국 스스로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주권 보호 차원에서 뭐라고 말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을 자극하는 표현이 한미 공동성명에 다수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한미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미국식 언어인 ‘항행의 자유’를 언급하며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뜻을 내비쳤다. 양 정상은 또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대만해협이 한미 공동성명문에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중의 긴밀한 관계를 분명히 알고 있는 미국이 공동성명문에 이 같은 문구를 담은 것은 한국 측의 양보를 받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공동기자단, 서울=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워싱턴=공동기자단 서울=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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