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오세훈 조직개편'에도 '시민단체 출신' 남는다

전임 서울시장 설치 조직 기능 유지

임용된 간부들 그대로 자리 지킬듯

여당이 다수인 시의회 요구 작용

吳시장 운신의 폭 한계 지적 나와

서울특별시청 청사서울특별시청 청사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첫 조직개편에서 고 박원순 전 시장의 핵심조직이던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직책과 기능을 사실상 유지키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박 전 시장 시절 개방형 임기제로 임용된 시민단체 출신 간부들의 유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논란 끝에 계속 추진이 결정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처럼 오 시장이 기존의 조직과 사업을 쉽게 바꾸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시의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기존 서울혁신기획관과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조직은 시민협력국으로 통합된다. 다만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산하 4개과 가운데 시민숙의예산담당관과 지역공동체담당관은 시민협력국의 시민숙의예산과와 지역공동체과로 유지된다. 나머지 서울민주주의담당관과 서울협치담당관은 서울혁신기획관 산하 조직과 기능이 통합돼 시민협력국의 시민참여과와 갈등관리협치과로 이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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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민의 시정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박 전 시장의 철학에 맞춰 2019년 출범한 조직이다. 서울시와 시의회, 시민이 함께 정책을 수립하는 합의제 기구다. 하지만 출범 당시부터 박 전 시장의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이 안팎에서 제기됐고, 오 시장 취임 이후 폐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조직으로 꼽혔다.

서울시가 시장 교체 이후 첫 조직개편에서 예상을 깨고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기존 직책과 기능을 사실상 유지하기로 한 것은 잔여 예산 및 임기 문제와 더불어 여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의 요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혁신기획관과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과장급(4급) 간부 6명 중 이동식 서울협치담당관과 최순옥 지역공동체담당관은 지난 2018~2019년 개방형 임기제로 임용된 시민단체 출신 인사다. 이 담당관의 임기는 오는 10월, 최 담당관의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서울협치담당관과 통합될 서울혁신기획관 산하 갈등조정담당관의 경우 2012년 개방형 임기제로 임용된 홍수정 전 경제정의실천연합 이사가 올 2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사임하면서 공석인 상태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잔여 임기와 업무 연관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이 담당관과 최 담당관이 각각 갈등관리협치과와 지역공동체과를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는 당초 시민협력국 내 갈등관리협치과를 신설하는 대신 서울혁신기획관 산하의 전환도시담당관을 전환도시과로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전환도시담당관 업무는 새로운 사업이 개발되지 않으면 별도의 과 단위로 유지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갈등관리협치과를 신설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특히 서울시가 조직개편안을 시의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여당 소속 의원들은 협치담당관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관계자는 “서울협치담당관은 협치를 위해 여러 시민단체들을 지원하는 직책”이라며 “전임 시장에서 추진돼온 시민단체 지원사업을 유지하라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전체 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고, 서울 자치구 25곳 중 24곳 구청장이 민주당 소속이다. 때문에 오 시장이 원활한 시정운영을 위해서는 박 전 시장 측 인사를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오 시장이 당선되자 한기영 서울시의회 공동대변인은 “시정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지만 한편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다 보면 진행 중인 사업이 흔들리거나 조직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서울시 조직개편을 위한 조례개정안은 26일 상임위원회와 27일 민주당 의원총회를 거쳐 본회의 상정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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