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안보→밸류체인 동맹' 확장…바이든 약세 지역에 집중 투자

[한미정상회담]■경제 파트너십 강화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협력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성장 기반 확보

美그린뉴딜 동참으로 시장 선제 공략

전경련 "경제협력 약속, 값진 성과"

중국發 원재료 공급 불확실성 해소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은 양국 간 안보 동맹을 경제 분야 가치 동맹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 호응하는 것을 넘어서 4대 분야(반도체·배터리·의약품·희토류) 밸류체인 구축에 적극 동참해 경제 동맹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4대 분야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밸류체인 구축에 나선 핵심 산업이다. 한국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밸류체인 전략에 올라타면서 현지 시장 공략의 발판을 확보하는 실리도 챙겼다.


‘韓美 안보동맹→밸류체인 동맹’ 확장

삼성전자의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투자 공식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에 호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일찌감치 미국 정부 요청에 따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3조 원을 투자해 최신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추가로 5개 공장을 더 짓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스크럼을 짜고 대중(對中) 반도체 견제 전선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도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에 뛰어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독자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합작 공장을 건설하는 데 140억 달러(16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방미 중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배터리 생산 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한미 배터리 동맹’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국 투자가 한미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양국의 공급망 협력 강화 약속은 매우 값진 성과”라며 “한미 동맹이 안보를 넘어 경제 동맹으로 나아가는 방향에 크게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배터리·반도체, 美 첨단시장 공략 교두보

한미 경제 가치 동맹 동참이라는 명분을 걷어내면 우리 기업들은 급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반도체 시장에서 확실한 성장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산업은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으로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1·2위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며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했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에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해 수요에 대응하려는 기업과 친환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인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처진 파운드리 투자를 확정지으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탑재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향후 미국 내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기술 기업과의 협업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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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담에서 반도체·배터리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양국이 6세대(6G) 네트워크 구조 개발과 우주탐사·항공 연구, 수소에너지 분야에 협력하기로 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수소에너지의 경우 국내 주요 대기업이 모두 뛰어들었을 정도로 성장성이 큰 분야인데 이 분야에서 기술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협업에 재계는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中 공급망 압박 리스크에 방어막 구축

미국과 미래 성장 산업에서 가치 동맹을 구축하면서 중국발(發) 원재료 공급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언제든 원재료 공급을 지렛대로 ‘K배터리’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 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재료 조달 문제로 현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이 멈추면 미국 완성차 업체 생산 라인이 멈춘다”며 “미국의 배터리 밸류체인에 동참한 만큼 원재료 조달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배터리 원재료 정제 시설의 8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조지아 등 바이든 약세 지역에 고용창출

국내 기업들이 투자하는 지역이 유독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대적인 투자가 내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은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 있다. LG·SK 배터리 분쟁 때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로 합의를 보면서 SK 공장이 기사회생해 일자리가 유지됐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장을 지을 것으로 예상되는 텍사스 역시 공화당 텃밭이다. 현대차가 전기차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보이는 앨라배마도 마찬가지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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