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산업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데 수소산업에 특화된 석박사급 전문 인력은 거의 배출되지 않아 기업들이 원천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원왕연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수소경제의 현주소를 이같이 진단했다. 수소산업은 빠르게 성장세를 타고 있는데 정작 이를 주도하고 전략을 짤 전문 인력은 없다는 위기감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하는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이 주로 포진한 수소 생산 분야에서는 원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실증·상용화 실적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보조금 제도를 통해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독려할 수 있지만 내실 있는 기반 기술을 확보해 기업의 ‘기술 자립’을 이끌지 못하면 실패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원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수소경제의 근간이 되는 수소 생산·저장·이송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수소에너지 생산 공정에 정통한 젊은 화학자다. 현재는 고용노동부와 경남 창원시·김해시가 공동 추진하는 ‘수소 생산 공정으로부터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원 교수가 몸담고 있는 수소 생산 분야를 비롯해 수소 저장·이송 분야에서는 뒤를 이을 전문 인력이 부족해 이들을 양성할 교육 시스템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는 이 분야의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해 전문 인력 양성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산업계에 있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산업용 가스 분야에서 앞선 영국 린데피엘시, 프랑스 에어리퀴드, 일본 오사카가스 등과 기술 제휴 등을 통해 수소생산 기술을 도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과다한 로열티 지급 때문에 낮은 수익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수소 분야에 특화된 인력 양성 사업을 올해 처음 추진하는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양성을 위해 참고할 만한 사례로 미국과 영국의 수소교육 과정을 들었다. 미국은 에너지 정책을 관할하는 에너지부 주도로 센트럴플로리다대 등에 수소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연료 전지에 초점을 둔 기초 지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유럽은 버밍엄대·델프트공대 등이 중심이 돼 수소 관련 공학·과학 지식을 공동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원 교수는 “이들 대학이 앞서 교육과정을 도입했지만 아직 수료증을 발급하는 형태의 단기 프로그램이라 한계가 있다"며 “수소특성화대학원 등 석박사 위주의 인력 양성에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인재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원 교수는 인력 양성이 원천 기술 개발 단계뿐 아니라 산업화 전 단계에서도 골고루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산업은 원천 기술 확보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을 빠르게 상용화하기 위한 스케일업 및 실증·사업화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학계·연구소에서 개발된 우수 원천 기술이 산업계로 이전돼 사업화되려면 개발 기술을 시스템화하고 체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다. 또 “수소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할 때 산업계의 수요를 고려해 커리큘럼을 구성함으로써 학계와 산업계 간 눈 높이 차이에 따른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수소경제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소외되기 쉬운 전통 에너지 산업 인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통 에너지 산업 인력의 재취업 및 역량 강화에 필요한 전문가 교육과정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