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아서 못 이룰 목표는 없어요. 다만 조금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될 뿐이죠.”
24일(한국 시간) 만 50세 11개월의 최고령 우승으로 골프 메이저 대회 역사를 새로 쓴 필 미컬슨(미국). 그는 경기 후 “이 우승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면 좋겠다. 없던 힘도 짜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컬슨은 이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 리조트 오션 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시즌 두 번째 메이저 PGA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6언더파 282타로 2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216만 달러(약 24억 원). 다음 달 17일 개막하는 US 오픈 출전권을 확보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석권) 도전 기회도 잡았다. 마스터스 3승, PGA 챔피언십 2승,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1승을 자랑하는 미컬슨은 US 오픈에서만 우승 없이 무려 여섯 번의 준우승을 했다.
지난 1968년 PGA 챔피언십에서 줄리어스 보로스(미국)가 세운 48세 4개월 우승을 훌쩍 늘려 메이저 최고령 우승 기록의 주인공이 된 미컬슨은 2019년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 이후 2년 3개월간 막혀 있던 우승의 맥을 뚫었다. PGA 투어 통산 45승째로 현역 선수로는 82승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다음이다. 역대 최다 승 부문에서는 8위다.
8년 만에 메이저 우승의 감격을 다시 누린 미컬슨은 115위까지 떨어졌던 세계 랭킹을 32위로 쭉 끌어올렸다. 3월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27년 6개월여 만에 100위 밖으로 밀린 뒤 계속 내려가기만 하던 그였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미컬슨은 버디 5개와 보기 6개의 1오버파 73타로 선방했다. 첫 홀에 보기로 시작했지만 곧바로 버디로 만회하는 등 고비마다 터진 버디로 우승에 다가갔다. 16번 홀(파5)에서는 366야드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끝에 3타 차로 벌리는 쐐기 버디를 잡았다. 뒤 바람의 도움이 있기는 했어도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이 홀에서 최장타를 쳤다. PGA 투어 최고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363야드·미국), 까마득한 대학(애리조나주립대) 후배인 욘 람(362야드·스페인), 별명이 ‘슈퍼맨’인 브룩스 켑카(361야드·미국)를 모두 따돌렸다.
메이저 4승 중 2승을 이 대회에서 거둔 켑카는 1타 차 2위로 나서 역전 우승을 노렸으나 2번 홀 더블 보기 등으로 파5 홀에서만 3타를 잃은 탓에 4언더파 공동 2위로 마감했다. 2타 차 3위로 시작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프리카공화국)도 13번 홀(파4) 더블 보기 등에 추격전을 펼치지 못하고 2위에 만족해야 했다.
50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3타를 줄여 2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고 1타를 잃은 임성재는 이븐파 공동 17위로 마무리했다. 톱10 진입에 1타가 모자랐다. 2012년 이 코스에서 우승했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안병훈 등과 함께 5오버파 공동 49위를 기록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