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유럽연합(EU) 간 투자 협정의 유럽의회 비준이 보류된 데 이어 이번에는 중국·동유럽 경제 협력체에서 이탈하는 국가가 생겼다. 미국에 대항해 유럽과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전략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24일 AFP통신에 따르면 발트해의 소국 리투아니아가 전일 중국과 동유럽 국가 간 ‘17+1’ 경제 협력체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이 협력체는 지난 2012년 중국이 동유럽으로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17개국과 만든 조직으로 통상 17+1로 불린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 17+1 협력체가 EU를 분열시킨다”며 다른 회원국들에도 탈퇴를 촉구했다.
리투아니아의 이번 결정은 중국과의 교류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보지 못하는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리투아니아는 대만에 무역대표부를 추진 중인데 이는 중국이 결사 반대하는 일이다. 리투아니아 의회는 20일 중국 신장위구르족 정책을 ‘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EU의 대중 관계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는 비록 인구 300만의 소국이지만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인 데다 덩치에 비해 17+1 협력체에서도 상당한 발언권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제적 이익은 기대만큼 많지 않은데 중국에 편승하면서 발생하는 정치적 비용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리투아니아가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리투아니아의 탈퇴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리투아니아는 중국 같은 대국에 맞설 만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조롱했다.
유럽에서 중국이 맞닥뜨린 난관은 이뿐이 아니다. 대(對)유럽 핵심 전략으로 앞서 7년여간 공을 들인 ‘중·EU 투자 협정’도 20일 유럽의회의 비준 보류로 흔들리고 있다. 3월 EU가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을 제재하자 중국도 EU 정치인과 학자 등에 대한 보복 제재로 맞대응한 것이 반발을 불렀다.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유럽 교두보로 추진 중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의 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들 국가와의 교류가 지체되면서 각종 사업들이 휴무 상태에 들어갔다. 특히 이탈리아는 중국 내에서 나온 ‘코로나19 이탈리아 기원설’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