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정부의 규제 소식에 3만 달러 초반 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BTC) 가격이 반등했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가 북미 채굴업자와 함께 ‘북미 채굴협의회’를 결성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BTC는 3만 8,0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이더리움(ETH) 등 알트코인도 덩달아 움직이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요동치는 암호화폐 가격을 바라보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기술 없이 토큰만 판매하던 2017년과는 달라…크립토 겨울로 접어들지 않을 것"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수장 김서준 대표는 “펀더멘탈이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하락장은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켜 암호화폐를 샀던 투기 세력의 거품이 꺼지면서 연쇄 청산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기를 위해 무리하게 빌린 자금이 빠진 것일 뿐 암호화폐 시장의 펀더멘탈이 변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번 하락장은 지난 2017년 말, 2018년 초 폭락장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당시엔 기술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암호화폐공개(ICO)를 통해 자금부터 모은 프로젝트가 많았다. 이들은 보통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받고 자체 발행한 토큰을 팔았다. 김 대표는 “당시 ICO를 진행한 프로젝트 대다수가 개발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BTC와 ETH를 매도했다”면서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너도나도 BTC, ETH를 팔아 연쇄작용이 일어났고, 크립토 겨울이 찾아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환경이 달라졌다는 게 그의 견해다. 탈중앙화거래소 유니스왑 등 블록체인 위에서 실제 작동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3년 전에는 토큰만 팔았던 프로젝트가 대다수였지만 이번에는 정말 많은 거래가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의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상당한 청산이 발생했음에도 암호화폐 가격이 지난 2017년 최저점까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조정을 “건전한 조정”으로 표현하며 “하락장을 거치고 나면 내재가치가 부족한 토큰들은 걸러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긍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중국 당국에서 추가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불확실하지만 중국의 규제가 암호화폐 시장의 근본적 방향을 뒤바꿀 순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에서 이뤄지던 과도한 파생거래가 정리되면 한 단계 정돈된 환경이 조성돼 기관투자자 유입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가격 전망 어려워…변동성 유의해야
김 대표는 이번 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펀드스트랫(Fundstrat) 창업자 겸 수석 애널리스트인 톰 리(Thomas Lee)도 BTC의 변동성을 경고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BTC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BTC에 극심한 변동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올해 말 BTC가 1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기존 견해는 고수했다.
반면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좀더 조심스러운 시각을 드러냈다. 표 대표는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2017년과 다르게 기관이 암호화폐를 매입한 것은 사실이나 암호화폐 가격이 그간 급격히 올라 피로감이 쌓여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