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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국민연금, '나쁜기업 투자배제에 현실론 담아야' 지적

해외 연기금 비해 책임투자 비중 낮아 높여야 한다는 부담 속

기계적인 적용될까 우려

네덜란드·미국·일본 연기금 다양한 방식 도입






국민연금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투자 차원에서 특정 기업 투자를 배제하는 네거티브(nagative) 원칙 도입을 앞두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SG 투자 비중을 키우되, 투자 운용역이 현실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해외연기금과 자산운용사와 협업을 늘리고 있는데 이들의 ESG투자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연금은 28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ESG투자 강화를 위한 네거티브 원칙 도입을 논의한다. 석탄 화력 등 탄소배출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담배나 술, 무기 등 특정 업종에 투자를 금지하거나 회수하는 방식이다. 제조 과정에서 인권을 유린하거나 삼림파괴 등 환경을 훼손하는 행위에 발생해도 투자를 금지한다. 국민연금은 지난달에도 같은 안건을 논의했으나 위원들은 수익과 연관성이 불분명하고 투자 집행 과정에서 나올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네거티브 원칙에 따라 국민연금이 해외 석탄 발전 관련 사업이나 관련 기업 투자를 철회하면 중국이 대신 가져갈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ESG 관리가 소홀한 중국 기업이 해당 사업을 진행하면 한국에서 맡았을 때보다 오히려 탄소 배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네거티브 원칙은 유럽을 필두로 전세계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사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ESG투자 방식이다. 국내 기업 중 KT&G·포비스TNC(담배생산), 풍산·한화·LIG·S&T(무기), 포스코(노동탄압, 환경파괴) 등이 네덜란드나 스웨덴 연기금 등의 투자 배제 대상에 올라있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방식은 연기금이나 운용사 별로 다양하다.



네덜란드 공적연금(APG)은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고위 관계자와 만나 ESG투자 원칙이 확고하지만 경우에 따라 융통성 있게 집행한다고 설명했다. 석탄 화력 발전이어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거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등 대안이 있다면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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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연금은 투자배제를 최후의 수단으로 삼고 수년간 기업 경영진과 해법을 찾는다. 그럼에도 개선이 없을 경우는 해당 기업의 지분을 매각한다. 최근에는 투자배제 기준을 정교화하기 위해 담배나 무기 등 특정 영역에 해당하더라도 최대 4개의 기준에 충족되어야 배제한다.

석유를 함유한 모래인 오일샌드는 석유 자원으로 분류되어 투자배제 대상이지만 네덜란드 연금은 전세계 에너지 수요를 고려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오일 샌드 기업이면 투자를 허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퇴직연금(CalPERS·캘퍼스)는 책임투자를 지속가능성에 기반해 바라본다. 단기적인 수익률이나 윤리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네거티브 원칙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캘퍼스는 최근 투자 배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금 자산이 연금 지급액보다 부족한 점, 담배 관련 기업 투자 배제로 손실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한 결과다.

전세계 연기금 중 규모 1위인 일본 공적연금은 ESG 원칙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를 늘리는 포지티브(positive) 원칙을 도입했다. 일본 공적연금은 2016년에서 2019년 사이 ESG투자 자산 규모 5배 가까이 늘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기금운용위 관계자는 “무턱대고 네거티브 투자를 도입하겠다는 선언을 하기 전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 원칙을 확정할지 충분한 논의 후 결정하지 않으면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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