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층 대상 신용대출을 내년 4조6,000억 원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는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층이 차지하는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린다.
금융위는 27일 이 같은 계획을 담은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현재 인가를 받은 인터넷전문은행은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계획을 연 단위로 수립해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해당 은행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 중 신용등급 4등급 이하(신용평점 하위 50%)인 중·저신용자 차주에 대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게 된다. 금융위는 이 같은 중·저신용자 차주가 2,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 중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카카오뱅크는 작년 말 10.2% 불과했던 중·저신용자 비중을 2023년 30%로 확대하고, 케이뱅크는 증자가 완료되는 2022년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2023년까지 32%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영업 첫해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 이상으로 설정하고 4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지속 확대하기로 했다.
그간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고신용층 위주의 보수적인 대출 영업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은 작년 1조4,000억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을 제공했지만, 이중 91.5%가 보증부 정책상품인 '사잇돌 대출'이었다. 그나마 '사잇돌 대출' 공급액 중 66.4%는 고신용층(신용등급 1~3등급)에 집중됐다.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층 비중을 살펴봐도 일반 시중은행(24.2%)보다도 인터넷은행(12.1%) 실적이 절반에 불과하다.
금융위와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상환능력 평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를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중 기존 CSS에 금융이력부족자 등의 특화 모형을 추가·적용하는 계획 등을 세운 상태다.
계획 이행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인터넷은행 계획을 사전에 공개하고 은행별 이행현황을 분기별로 비교 공시할 예정이다. 계획 미이행 시 해당 인터넷은행과 최대주주가 신사업 진출 인허가 시 반영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다만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에 별도 금리 상한 요건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의 과도한 수익 추구 경로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은행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시 중·저신용자 공급액은 일부 예외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