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 급락과 관련해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된 데다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 금융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레버리지(대출)를 이용한 개인 암호화폐 투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가계 손실 위험이 그만큼 커질 수 있고, 대출 부실로 금융기관 리스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계 대출 동향, 암호화폐 거래와 연동된 은행 계좌 입출금 규모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 안정과 관련해 “가계 부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가계 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늦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 부채 총잔액은 1년 만에 154조 원 증가한 1,765조 원으로 경제를 짓누르는 최대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 추세와 관련해서는 “하반기에는 2% 내외에서 움직이고 내년에는 기저 효과가 상대적으로 줄면서 1%대 중반 수준으로 본다”고 밝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위험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그는 “최근 물가 오름세를 주도하는 것이 유가와 농축산물인데 그런 공급 측 영향이 내년에는 줄어들 것”이라며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또 3월 확정된 15조 원 규모의 추경에 대해 “올해 성장률을 0.1∼0.2%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재난지원금이 소비 성향이 높은 자영업자·저소득층에 집중돼 소비 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은이 상반기 중 밝힌 5조∼7조 원 규모의 국고채 매입 계획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도 확인했다. 그는 “채권 시장에 한은의 계획이 선반영돼 있다” 며 “당초 계획대로 국고채 매입을 하는 것이 타당해 오는 6월 말까지 잔여 금액을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은법에 정책 목표로 물가와 금융 안정에 이어 ‘고용 책무’를 추가하는 데 대해 “국민 경제에 대한 중앙은행 기여도가 높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고용 책무’ 도입에 공감한다” 면서 “다만 도입된다 하더라도 중앙은행의 본질적인 책무인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의 달성이 저해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