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신들린 샷' 박인비 조 1위…할아버지께 바친 '1승'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2R

3홀 남기고 부티에 5홀차 완파

며칠전 조부상 후 뜻깊은 첫승리

1승1무로 조 1위…로페스와 3차전

고진영·유소연 2승, 김효주는 탈락

퍼트 순서를 기다리는 박인비. /라스베이거스=AFP연합뉴스퍼트 순서를 기다리는 박인비. /라스베이거스=AFP연합뉴스




박인비(33)가 이번 주 경기 중인 라스베이거스 섀도 크리크GC(파72)는 모교인 비숍고먼고등학교에서 차로 불과 30분 거리다. 중1 때 미국으로 건너간 박인비는 유명 교습가의 아카데미가 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꿈을 키웠고,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문을 두드렸다. 나이 제한 탓에 일단 대학에 진학했지만 얼마 안 가 관두고 2부 투어부터 시작해 2007년 1부 무대에 데뷔했다. 이듬해 US 여자 오픈 최연소 우승(만 19세 11개월)을 시작으로 박인비는 지금까지 21승을 쌓으며 ‘골프 여제’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 사는 집도 대회장에서 멀지 않아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경기할 만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때보다 마음이 무거운 상황이다. 수의사를 꿈꾸던 박인비에게 골퍼의 꿈을 심어준 할아버지가 며칠 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생전의 할아버지는 3대(代)가 함께하는 라운드 때마다 아이 같은 미소를 머금곤 했다.

“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시도록 이번 대회를 잘 치르고 싶다”던 박인비가 뜻깊은 곳에서 뜻깊은 승리를 거뒀다. 세계 랭킹 2위 박인비는 28일 섀도 크리크GC에서 계속된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 플레이(총상금 150만 달러) 조별 리그 2차전에서 태국계 프랑스 선수인 셀린 부티에를 3홀 남기고 5홀 차(5&3)로 완파했다. 부티에는 LPGA 투어 1승, 유럽 투어 2승을 거둔 선수로 전날 가비 로페스(멕시코)를 4홀 차로 잡고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전날 제니퍼 장(미국)에게 끌려가다 마지막 홀 버디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박인비는 이번 대회 첫 승을 거뒀다. 조부상 이후 첫 승리다. 박인비는 이날도 모자에 흰 리본을 달고 경기를 했다. 1승 1무로 조 1위가 된 그는 로페스(1승 1패)와 최종 3차전을 치른다. 조별 리그 결과 조 1위만 16강에 진출한다.

관련기사



그린이 단단하고 빠른 데다 미세한 경사도 많은 어려운 코스에서 박인비는 절정의 샷 감각을 뽐내고 있다. 8번 홀까지 동점으로 맞서다 9번부터 네 홀을 내리 따내 승기를 잡았다.

10번 홀(파4) 두 번째 샷이 압권이었다. 핀을 훌쩍 지나 그린 밖으로 나가는가 싶던 공이 그린 경계에서 강력한 백 스핀을 먹어 홀 한 발짝 거리에 멈춰 섰다. 11번 홀(파4)에서 옆으로 꺾이는 절묘한 스핀으로 역시 한 발 거리에 공을 갖다놓았고, 12번 홀(파4)에서는 톡 치면 들어갈 ‘탭 인’ 거리에 아이언 샷을 붙여놓았다. 1홀 차 살얼음 승부가 이 세 홀을 지나고는 4홀 차 리드로 바뀌어 있었다. 15번 홀에서 경기를 마친 박인비는 “이쪽 날씨가 익숙하고 편하다. 어제(27일)보다 나은 경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카롤리네 마손(독일)의 추격을 1홀 차로 막아낸 세계 1위 고진영도 16강 전망이 밝다. 2승 무패 조 1위로 1승 1패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를 만난다. 세계 3위 김세영은 류위(중국)와 비겨 2무를 기록했다. 2승의 브리트니 올터마레이(미국)를 반드시 이겨야 조 1위를 결정하는 연장에 갈 수 있다.

유소연이 지은희에 4홀 차 대승을 거둬 2연승을 달렸고, 이정은도 브리트니 린시컴(미국)을 4홀 차로 격파해 1승 1무를 기록했다. 박희영은 박성현을 2홀 차로 제쳐 1승 1무가 됐다. 박성현은 1승 1패. 김효주는 신지은에게 2홀 차로 져 2연패로 16강 행이 좌절됐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