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전 경제성 조작, 뭉개지 말고 원칙대로 기소해야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가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자들의 기소 여부를 차기 검찰총장과 논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수사팀에 보냈다고 한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겠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조 차장검사는 중요 현안에 대해 권한이 한정된 총장 직무대행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조 차장검사가 사실상 기소를 막은 것은 자가당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백운규·채희봉 기소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고위 간부의 대폭 물갈이 인사를 예고한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해당 수사팀이 재편되거나 해체될 경우 수사 결과 자체가 묻혀버리거나 사건 처리가 상당히 미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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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검찰이 원전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일선 수사팀의 기소 의견이 거부되고 원전 경제성 조작 문제를 지적한 감사원에 칼끝이 겨눠지는 역설적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은 현 정권의 중대 비리 의혹 사건이다. 얼렁뚱땅 무마하거나 실체를 왜곡하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현저히 낮게 평가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의뢰하자 검찰은 12월 산업부 공무원 3명을 원전 자료 대량 삭제 혐의로 기소했다.

이제는 ‘윗선’인 백운규·채희봉을 기소해 법원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할 때다. 조 차장검사는 더 미루지 말고 즉각 기소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그가 결단하지 못하고 퇴임하더라도 조만간 임명되는 차기 검찰총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해 기소한 뒤 재판부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 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권력 비리 수사팀의 손발을 자르는 보복 인사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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