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토요워치]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비의 경제학'

올 5월 한달간 강수일수만

평년의 2배 넘는 18일 달해

하루 걸러 한번 이상은 '비'

농민·가전업체선 반기지만

지난해 홍수 떠올리면 '아찔'

기후發 밥상물가 급등 우려도





올 들어 하늘이 자주 비를 뿌리고 있다. 28일에도 비가 오면서 5월 들어 0.1㎜ 이상 강수량을 기록한 날은 18일에 달했다. 하루 걸러 한 번 이상 비가 내린 셈으로 이달 강수 일수는 최근 10년(2011~2020년) 평균인 8.1일의 2배를 넘는다. 지난 3월부터 4월 중순까지 측정한 강수량도 예년의 2배 수준이다.



봄 가뭄을 적잖이 걱정하던 농민들은 잦은 봄비를 반기고 있다. 3일 기준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은 평년의 110.5%, 다목적 댐 저수율은 125.4%를 기록했다. 특히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제주(평년의 77.9%)를 제외하면 전 지역에서 높아 모내기 철 물 부족 현상을 올해는 건너뛰게 됐다.

관련기사



날씨에 민감한 가전 업계도 기능성 신제품들을 선보이며 ‘비의 경제학’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습한 날씨에 제습기 판매량은 이미 전년의 3배를 넘었고 의류 건조기도 28%나 판매량이 뛰었다. 들쭉날쭉한 기온으로 전기담요와 온열기 등 겨울철에 주로 쓰이는 제품을 찾는 손님도 늘어 업계가 재고 관리에 신경을 쓴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강수량이 예상 외로 많아지자 정부와 농업계는 물론 기업도 지난해의 홍수 사태를 떠올리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상청은 7월 말에서 8월 초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역대 최장의 장마가 찾아와 예측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 원인인 ‘블로킹(고위도에서 정체하거나 매우 느리게 움직이는 온난 고기압)’은 올해도 출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상청은 “최근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 패턴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바이칼호와 몽골 지역, 동시베리아 부근에서 블로킹이 발달할 경우 우리나라로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기압계의 변화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를 11일 선언한 일본과 달리 장마가 한반도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기압계의 상황을 보면 정체 전선이 일본 남쪽 동중국해까지 남하해 당분간 올라오기 어려운 모습"이라며 “6월 상순까지는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 불안정 속에 이상기후가 또 닥치면 농산물 작황을 망치면서 애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로 글로벌 식량 위기의 그림자는 이미 짙다. 지난해 10월 기준 톤당 185달러였던 옥수수 가격은 최근 397달러까지 올랐다. 소맥(29%)과 대두(70%), 원당 (65%) 등 주요 수입 곡물 가격은 지난해 대비 29~82% 상승했다. 고공 행진하는 국제 곡물가 역시 1년 이상 지속된 남미의 가뭄과 호주의 한파 등 이상기후의 영향이었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물가 당국은 갑작스러운 홍수 등 이상기후로 농수산물 등 식품 가격이 다시 불안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세종=박효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