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이뤄지는 중요한 수소 생산기술 연구개발(R&D)의 초점은 규모의 확장과 비용 절감입니다.”
박아형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공학 교수는 현재 세계의 수소 생산 첨단 기술의 경쟁 지점을 ‘경제성’이라고 지적했다.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누가 더 싼 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런 글로벌 추세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깨끗하면서도 저렴한 수소 생산기술을 갖추려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확보돼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발전 비율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소경제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 수소 생산 분야에서 제3의 대안을 모색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한 지점이다.
박 교수는 세계 수소 생산기술 동향과 관련해 “수소를 생산하는 데는 가스화나 전기분해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며 “이 중 상당수가 기술적으로 이미 성숙한 단계에 있지만 생산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을 갖춘 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그레이수소와 그린수소·블루수소 등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신재생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수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이 그린수소다. 전기 생산부터 수소 생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오염 물질 배출이 없기 때문에 가장 청정한 방식으로 꼽힌다. 그레이수소는 석유화학이나 정유, 제철 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약점이 있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를 뜻한다. 이 역시 청정수소다.
박 교수는 현재 그레이수소를 제외한 청정수소 두 종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가 더 필요한 단계라고 보고 있다. 그는 “그린수소의 경우 지속적인 신재생에너지 설비 가동이 가능할 때, 블루수소는 탄소 포집 비용을 줄여야만 경제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모두 미국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천연가스가 풍부하고 저렴한 점을 고려할 때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신속한 상용화에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전해는 가장 중요한 수소 생산기술 중의 하나지만 우리는 동시에 천연가스나 바이오매스 등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며 “수소경제에서는 철강 산업 등 기존 제조업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박 교수가 확보한 기술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해조류나 음식물 쓰레기 등의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촉매 공정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이 방식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외부로 거의 배출시키지 않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소 생산량 또한 기존 바이오매스에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치보다 170% 이상 많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그린수소 기술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결국 그린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탄소 제로의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한국의 경우 (신재생 발전 환경이 열악해) 전체 에너지 생산량 가운데 신재생 비율이 매우 낮다”며 “만약 한국이 수소경제를 만들어내려면 저렴한 에너지 인프라가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다양한 전기 생산방식을 동원해 수전해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수소 기술 연구 수준은 ‘주도적인 위치’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우리 연구팀은) KAIST와 광주과학기술원(GIST)·이화여대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대학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한국의 연구원들은 굉장히 뛰어나고(outstanding) 수소와 관련한 많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여러 친환경 트렌드 가운데 수소 분야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수소는 전기로 사용할 때 오직 물만 배출하는 깨끗한 에너지 매체”라며 “환경적 이점 때문에 앞으로도 수소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원소라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소 생산뿐 아니라 저장·운송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 분야를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졸업한 후 다른 산업에서도 이 기술을 쓰게 될 것을 알고 있어 기대감에 차 있다”고 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