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실패서 성공 이끄는 R&D 문화, 대학·출연硏이 앞장서야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신성장 이끌 새로운 혁신 기술 개발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엔 위험부담 커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할수 있는

미래지향 국가 R&D 체제 만들어야





지난달 3M의 ‘포스트잇’을 발명한 화학자 스펜서 실버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포스트잇은 실패에서 성공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실버는 지난 1968년 3M에서 초강력 접착제를 만드는 작업을 했지만 접착력이 약한 풀을 만들면서 실패했다. 그는 이 접착제가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그는 성가대 연습을 하다 악보 사이에 끼워 둔 책갈피가 잘 떨어져 나가 불편을 겪는 것을 보았다. 그는 실패작이던 이 접착제를 발라 간편하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메모지를 만들었고 1977년 상품화됐다. 상품화까지 거의 10년이 걸린 셈이다.



포스트잇의 성공 스토리는 3M의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보여준다. 연구원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사업화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 주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산업은 지난 60여 년 동안 상상을 뛰어넘는 성장을 이루어 냈다. 앞선 기업을 빠르게 뒤쫓고 배우는 방식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기업이 벤치마킹할 만한 대상은 거의 사라졌다. 더 이상 누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앞에서 길을 개척하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전환해야만 한다. 신성장 사업은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따른 위험성과 기술적 불확실성을 처음부터 기업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한 번의 실패로 기업이 문을 닫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갈 대상이 없어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앞장서서 위험부담을 떠안고 싶지 않은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기업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소가 과제 초기의 위험을 담당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초기의 혁신 기술은 어렵고 위험부담이 크다. 신제품의 경우 시장도 작다. 실패하면 더 칭찬하고 더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도전하는 과제를 시작하도록 운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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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초 원천 연구나 우주항공·국방 등 민간 R&D 투자가 어렵거나 불확실성이 큰 과제에 정부 출연 연구소를 중심으로 직접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 외의 과제들은 지정 과제를 폐지하고 자유 공모제로 바꿔야 한다. 정부 기관이 공모하는 연구 과제들을 보면 왜 이런 과제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신성장 사업은 남의 것을 모방하고 따라가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국가 R&D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투자에 있다. 위험성이 있지만 실패를 감수할 정도의 도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과제여야 한다. 개념을 증명하거나 시제품 형태로 기능·성능을 확인하는 정도면 된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하게 해야 한다. 연구개발은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어야 한다. 대학이나 정부 출연 연구소가 작성한 실패 보고서를 기업에서는 신성장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한 결과나 성공한 결과 모두 기업에 도움이 된다. 기업은 이미 개념적으로 검증된 기술을 확보해 빠른 시간 내에 상품화가 가능하다.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스타트업 등은 실패와 성공의 결과물 중 시장분석을 통해 필요한 사업화 과제를 다시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돈을 벌고 일자리를 만든다. 기업이 사업화의 주체다. 사업화는 새로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앞서가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대학과 오랜 시간을 갖고 차분히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정부 출연 연구소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소는 실패에서 얻는 성공의 연구 문화가 자리 잡도록 앞장서야 할 때다. 실수하거나 패배한 사람도 배려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실패 속에서도 계속 도전할 수 있어야 나올 수 있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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