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항목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300% 할증되는 ‘4세대’ 실손보험이 오는 7월 도입된다. 불가피한 질환(난임·치료성 피부 질환 등)에 대한 보장은 확대된다. 30일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의 실손보험 개편을 반영하기 위해 표준약관(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개정 표준약관은 상품 구조를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로 분리한다. 비급여에 대해서는 의료 의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3세대 실손은 기본형(급여+비급여)과 특약형(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이 결합된 상품구조였다. 그러나 특약형의 경우 일부 가입자의 과잉 치료가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증가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개정 표준약관은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시키고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보장범위를 제한하기로 했다.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보험료 할인·할증 구간은 5단계로 나뉜다.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이 0원일 경우 기준 보험료(손해율에 따라 산출된 당해연도 보험료) 대비 5% 내외 할인 △0원 초과~100만원 미만 시 할인·할증 없음 △100만원 이상~150만원 미만 시 할증 100% △15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시 할증 200% △300만원 이상 시 할증 300%가 적용된다. 그러나 의료 취약 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불가피한 의료 이용자는 보험료 할증 대상에서 제외한다. 도수치료, 비타민 주사제 등 보험금 누수 논란이 큰 항목에 대한 보장은 일부 제한된다. 도수치료는 매 10회를 받을 때마다 증세가 완화되는 경우에 한해 추가로 연간 최대 50회까지 보험 청구가 가능하다. 비타민, 영양제 등 비급여 주사제도 약사법령상 허용되는 경우에 투여됐을 때만 보장된다.
반면 필수치료인 급여 부분에 대해서는 보장 범위가 넓어진다. 최근 고령 산모의 증가 등 사회 환경 변화를 반영해 습관성 유산이나 난임(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 등에 대한 보장을 확대한다. 보험 가입일로부터 2년 후부터 보장된다. 임신 중 보험 가입 시 출생 자녀의 선천성 뇌 질환 보장도 확대한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여드름과 같은 피부질환도 보장해주기로 했다.
진료비 자기부담 비율은 불필요한 의료이용 방지를 위해 올라간다. 현재 10~20%이던 급여 부분 자기부담률은 20%로, 20~30%이던 비급여 부분의 자기부담률은 30%로 각각 높아진다. 통원 진료에서 보험금 청구가 되지 않고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통원 공제금액)도 급여는 1만원(상급·종합병원은 2만원), 비급여는 3만원으로 정해졌다.
금감원은 자기부담률 상향 등으로 인해 보험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은 기존 실손보험 대비 10~70% 절감될 것으로 전망했다. 40세 남자를 기준으로 1~4세대 보험료를 비교해보면 올해 월 보험료는 1세대 보험 기준 4만 2,467원, 2세대 2만 2,753원, 3세대 1만 2,184원, 4세대 1만 877원으로 추산됐다. 금융당국은 저렴한 보험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전환 표준 절차를 마련했다. 또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한 뒤 6개월 내 기존 상품으로 ‘계약 전환 철회’(기존 상품으로 복귀)를 허용하기로 했다.
보험 관련 민원·분쟁 예방을 위해 약관도 명확히 했다. 외모 개선 목적의 비급여 양악수술(악안면 교정술), 반흔(흉터) 제거술은 보장에서 제외한다는 내용도 약관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한 비용도 보장되지 않는다.
한편 이번 표준약관에는 금융소비자보험법 시행에 따른 소비자 권리·의무사항도 반영했다. 청약철회권, 약관 교부 방법, 위법계약해지권 및 환급금, 중대사유 계약해지 요건 강화와 관련한 내용이 개정되거나 새롭게 담겼다.
금감원은 내달 17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개정안을 사전예고한 뒤 7월 1일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상품은 관련 개정이 필요한 만큼 보험사들의 준비를 거쳐 8월 이후 출시될 예정이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