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軍급식 대책, 조리병 처우개선 없인 공염불"

육군 조리병 1인당 75명…해·공군의 절반 수준

“업무 강도 세고 주말도 없어, 밥 맛있을 수 없어”

코로나 이후 격리자 식사까지 챙기며 여건 악화

“급식비 대책보다 조리병 처우 개선 절실” 지적

한 육군 부대에 지난 21~22일 제공된 급식(위 2개)과 한 SNS에 올라온 의경 부대 격리 인원에 제공된 급식. 육군과 의경 모두 한끼 식사에 2,930원이 책정돼 있다./독자 제공한 육군 부대에 지난 21~22일 제공된 급식(위 2개)과 한 SNS에 올라온 의경 부대 격리 인원에 제공된 급식. 육군과 의경 모두 한끼 식사에 2,930원이 책정돼 있다./독자 제공




최근 ‘부실 급식’ 논란에 휩싸인 군이 급식비 인상과 지휘관의 배식 감독 등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조리병 인력 편제와 처우 개선 없이는 공염불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육군의 경우 조리병 1인당 평균 식수 인원이 해·공군의 2배 수준에 이르는 데다 코로나19 이후 격리 장병의 식사까지 따로 준비해야 하는 등 업무가 가중되면서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31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부실 급식 논란이 터진 이후 국방부는 여러 차례 주요 지휘관 회의 등을 열어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제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해병대 등 일부 부대의 모범 급식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반 병사들의 식탁에 오르는 급식 수준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전남의 한 육군 부대의 사병 A 씨는 “급식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격리자 배식 관리는 예전보다 철저히 이뤄지는 편인데 근본적으로 군대 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아무리 봐도 끼니당 2,900원어치 견적이 나오는 식단이 아닌 거 같다. 같은 가격의 편의점 도시락보다 나을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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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장관이 정량 배식을 강조하고 간부를 통해 배식 상황을 점검하게 하는 등 이번 논란이 일부 배식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문제의식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군 전문가들과 조리병들 사이에서는 부족한 조리병과 이에 따른 열악한 근무 여건이 부실 급식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방부에 따르면 육·해·공군 병력 55만여 명 중 조리병은 9,000여 명 정도로 약 1.6%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육군의 경우 조리병 1명이 매일 적게는 75인분에서 많게는 110인분을 조리하는 구조다. 해군이나 공군의 2배 정도다.

특히 조리병은 새벽 5시부터 기상해 저녁 배식 후에도 뒷정리 등으로 하루 일과가 바쁜 데다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한다. 일반 사병과 비교해 업무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조리병 출신의 B 씨는 “입대 전 조리를 배우지 않은 병사들이 대부분이고 인당 식수 인원도 과다하다”며 “사실상 강제로 차출된 데다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맛있는 식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리병 편제를 늘리고 처우 개선을 하지 않는 한 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격·오지 부대처럼 규모가 작은 부대일수록 문제는 더 심각하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급식은 부대마다 동일한 재료의 양과 부식이 들어간다”며 “별도로 떨어져 있는 중대급 부대나 초소 같은 소대급 부대에서 일일이 조리법이나 규정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조리병들의 업무 환경이 더욱 악화됐다. 격리 병사들의 식사를 따로 챙겨야 하는 데다 ‘생식 금지’ 방침으로 모든 음식을 익혀서 조리해야 하는 등 일이 늘었지만 불만을 토로해도 지휘부에서는 참으라는 답만 돌아온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조리병 업무에 문제가 많았는데 그동안 참아왔던 게 코로나19로 드러난 것”이라며 “전시 작전 계획에 맞춰 조리병 편제를 하니 평시의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조리 업무 위탁 등의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리병 편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국방부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민간 조리원 900여 명을 확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내년부터 장병 1인당 급식 예산을 현재(8,790원)보다 25.1% 늘어난 1만 1,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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