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사건 후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9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6개월 만이다.
이 차관은 30일 오전 8시께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했다. 그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이튿날인 31일 오전 3시 20분께 귀가했다. 그는 출석 때 타고 온 검은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이 차관은 차관 내정 약 3주 전인 지난해 11월 6일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아 경찰에 신고됐다. 사건 후 이 차관은 피해자에게 연락해 합의를 시도하면서 폭행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런 행위가 증거인멸 교사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이 차관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대신 반의사불벌죄인 형법상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들어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 차관이 취임한 뒤 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운전자에 대한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가법이 아닌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것이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경찰은 지난 1월 진상조사단을 꾸려 수사 관계자들의 통화내역을 분석하는 등 의혹을 조사해왔다. 애초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이 차관을 조사할 당시 그가 변호사라는 사실만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상 조사 결과 서초서 간부들은 당시 이 차관이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중 1명으로 언급됐다는 사실 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 22일 이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 차관은 취임 6개월 만인 지난 28일 사의를 표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