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의 원액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국산 mRNA 플랫폼 연구가 진일보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 수준이지만 백신 생산 설비는 없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추후 성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모더나의 mRNA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생산하는 기업은 스위스 론자 한 곳 뿐이다. 개발사로부터 제공 받은 원액을 바이알에 충전하는 ‘완제 생산’은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 소수 기업에서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모더나와 완제 생산만 계약했을 뿐 원액 생산계약은 체결하지 못했다. mRNA 백신 기술은 단순한 백신 원액이 아니라 체내에 의약품을 침투시키는 플랫폼 기술이어서 기술 자체가 까다로운데다, 다양한 의약품에 활용할 수 있는 성장성이 크기 때문에 모더나가 기술이전을 꺼리고 있다.
이번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출사표를 던진 mRNA 백신 위탁생산이 모더나를 겨냥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만큼 어느 정도 수주 계약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mRNA 백신을 개발해 생산하는 곳은 화이자, 모더나, 큐어백 등이지만 삼성바이로직스가 모더나의 완제 생산을 맡은 만큼 계약을 추진 중인 대상은 모더나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정보를 가진 mRNA를 인체에 투여해 항체에 맞서게 하는 방식으로 온도 등에 취약해 기술이전과 원액 위탁생산 자체가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적으로 mRNA의 원액 생산을 기술 이전받은 기업이 드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 수주 만으로 국내에서도 mRNA 백신 생산 가능성이 한 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최근 코로나19를 넘어 결핵 등 다양한 질병에 활용할 수 있는 mRNA 백신 연구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이번 mRNA 백신 위탁생산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이번에 원액생산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백신의 원료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전주기에 대한 생산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상반기 께 관련 공장이 증설되면 mRNA 백신 개발 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고 하반기께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백신 원액 생산은 완제 공정에 비해 수익성이 높아 추후 실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수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 완제 생산이 시작될 경우 도즈 당 1달러로만 가정해도 큰 폭으로 실적이 상향될 것”이라며 “완제 생산 계약으로 능력이 검증된 만큼 증설 이후 모더나 외 다른 바이오사와 추가 계약 체결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