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어린이들이 쓰는 그림물감 상당수가 '무독성' '친환경'이라는 문구를 표시한 채 판매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이러한 용어를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MIT, 폼알데히드 등 피부 과민성 물질이 검출된 제품도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그림물감 20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 및 환경성 표시·광고 실태를 조사한 결과, 7개 제품(35%)%이 구체적인 근거와 범위 없이 '무독성' '친환경' 등의 용어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등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거나 범위를 한정하지 않고 이같은 용어를 쓰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7개 제품 가운데 5개 제품에서는 유럽연합(EU)에서 피부 과민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MIT, 폼알데히드 등의 방부제 성분이 검출됐다. 피부 과민을 유발하는 MIT가 검출된 제품들은 동아교재의 '빼꼼 그림물감', 삼성출판사의 '타이거물감', 아이윌컴퍼니의 '핑크퐁 그림교실 물감놀이세트', 루덴스의 '크레알 포스터페인트'로 4개다. 특히 핑크퐁 그림교실 물감놀이세트와 크레알 포스터페인트에는 각각 20.69㎎/㎏와 60.58㎎/㎏의 MIT가 함유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U 규정상의 적정 표시기준인 1.5㎎/㎏의 13배와 40배에 달하는 수치다.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제품은 총 3개로 크리앤조이의 '크레욜라 형광물감'(0.067%), 삼성출판사의 타이거물감(0.040%), 아이윌컴퍼니의 핑크퐁 그림교실 물감놀이세트(0.022%)였다. 다만 이들 제품의 폼알데하이드 함유량은 EU 표시기준인 0.1% 이내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도 있었다. 신한화구의 '스타트 수채물감'은 호흡기계, 피부, 눈에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바륨'이 1165.5㎎/㎏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정한 학용품 안전기준 상한선인 1000㎎/㎏를 초과한 수치다.
MIT, 폼알데히드가 검출된 그림 물감을 제조·판매하는 사업자들은 방부제 사용량을 저감하거나 경고문구를 표시하는 등 품질을 개선하기로 했다. 바륨이 나온 그림물감을 제조 및 판매한 나노코앤씨와 신한화구는 해당 제품을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할 방침이다. 잘못된 환경성 표시·광고 용어를 사용한 7개 사업자도 해당 표현을 모두 수정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무독성' '친환경' 등의 표시가 있는 그림물감을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오인하여 피부에 접촉하는 완구 용도로 오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어린 자녀들이 그림물감을 사용하다가 의도치 않게 피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지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