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 비율이 역대 최저 기록을 또다시 갈아 치웠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정부의 금융 지원책도 끝날 경우 ‘착시 효과’에 가려진 대출 부실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부실 채권 현황(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 채권(고정 이하 여신)은 13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00억 원 줄었다. 부실 채권 비율도 0.62%로 전 분기(0.64%) 대비 0.02%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 전년 동기의 0.78%와 비교하면 0.1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전체 부실 채권 중 86.6%가 기업 여신이었다. 가계 여신은 1조 7,000억 원, 신용카드 채권은 1,000억 원 순이었다. 다만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37.3%로 전 분기(138.3%)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새로 발생한 부실 채권 규모는 2조 5,000억 원이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8,000억 원, 전년 동기 대비로는 5,000억 원 감소한 수준이다. 기업 여신의 신규 부실이 1조 8,000억 원이었고 가계는 6,000억 원이었다.
정리된 부실 채권 규모는 2조 7,000억 원이었다. 전 분기의 3조 4,000억 원과 비교하면 7,000억 원이 줄었다. 일반적으로는 4분기에 부실 채권 정리 규모가 증가했다가 다음 해 1분기에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손 상각으로 8,000억 원, 매각을 통해 4,000억 원 규모를 정리했다. 담보 처분을 통한 여신 회수는 6,000억 원, 정상화 채권은 4,000억 원이었다.
기업 여신의 부실 채권 비율도 0.89%로 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다. 대기업 여신이 1.18%였고 중소기업 여신은 0.75%였다. 개입 사업자 여신은 0.27%로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여신의 부실 채권 비율이 모두 떨어진 가계 부문은 전 분기 대비 0.01%포인트 낮아진 0.20%였다. 신용카드의 부실 채권 비율은 0.97%로 전 분기 대비 0.01%포인트 올랐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