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스템반도체 학부생 키운다더니…2년간 수료생 '0'

산업부, 2019년 설계전공 과정 도입

학부생 대상 특화교육 약속했지만

부처간 소관·예산 문제로 흐지부지

학계 "남은 건 행사 기념사진" 쓴소리





한국 시스템 반도체의 생태계를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학부생부터 맞춤형 인재로 길러내겠다던 정책이 2년이 지나도록 ‘공염불’에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가 된 정책은 ‘대한민국 반도체 비전 선포’를 뒷받침할 내용으로 발표됐으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정부는 부처 간 협의도, 예산 확보도 실패했다.

2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9년 6월 25일 강원대를 비롯한 전국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시스템 반도체 설계전공 트랙과정’을 도입하고 산학관 운영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교육과정은 전자공학과 등 기존 반도체 유관 학과에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과목을 추가 개설하고 3학년 이상 학생들이 이수했을 경우 팹리스 같은 반도체 설계 기업에 바로 실전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도 연계해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아울렀다. 협약 체결 당시 산업부는 정승일 차관이 대학 총장들과 만나 사진을 찍고 “2021년 이후부터 매년 200명 이상의 반도체 설계 특화 인력들이 배출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해가 두 번이나 바뀐 지금 이들 대학에는 해당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단 한 명도 없다. 협약식에 참석했던 학계 관계자는 “차관과 총장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만 남았다”고 했다. 중소·중견 기업인 팹리스나 소부장 기업들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도 바뀌지 않았다.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리는 부처 간 협의가 꼬인 탓이 컸다. 산업부는 산업 인력 양성을 책임지지만 막상 이 정책의 수혜 대상인 학부생은 교육부 소관이다. 이 문제를 두고 두 부처는 설왕설래하다 결국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처마다 추구하는 정책적 가치가 다르다 보니 어느 부처에 예산을 배정하느냐를 두고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도체 업계가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이런 교육과정을 도입했으면 좋겠다고 산업부에 강력히 요청해 시작된 것이지만 결국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흐지부지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교육과정의 출범을 고대했다고 밝힌 A대학 모 교수는 “대학 총장들까지 참석할 정도로 관심을 보인 정책이었지만 결과물이라고 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대학들은 대통령도 약속해서 정부를 믿고 준비했지만 결과적으로 일회성 쇼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해당 교육과정 지원이 무산된 후 산업부는 학부생 설계인력 양성을 위한 별도 정책을 추진해 추경으로 학부생 1,700여 명을 지원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정부는 올 4월 15일 내년까지 반도체 분야 인력 4,800여 명을 배출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산업 인력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설계전공 트랙과정도 신설 정책으로 포함됐다. 해당 교육과정은 2년 전과 동일한 목표와 방식으로 추진되며 오는 2022년부터 설치될 예정이다. 소관 부서는 교육부, 총괄은 산업부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이수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